한해를 보내며

by oj

특별했던 한해였다. 바쁘기도 했고 감사한 일도 많았다. 작년 봄에 작은아들을 결혼시키고 올 봄에 다시 큰아들이 결혼한 일은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 30살이 안 된 둘째와 30살 갓 넘은 첫째가 1년 사이로 이른 나이에 결혼하면서 두 아들의 인륜지대사를 잘 마쳐서 부모로서 숙제를 잘 마친 기분에 감격과 함께 홀가분하다. 예쁜 두 며느리에 가족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딸들이 생긴 것 같아 너무 뿌듯하다. 아직 신혼이라 알콩달콩 지내고 있는 아들 내외를 보면 너무 대견하다.


작년에 남편이 환갑을 맞아 남편 친구 부부와 보홀 여행을 다녀왔고, 둘이선 거제 여행을 다녀왔는데, 올해는 두 아들 결혼을 마치고 우리 부부에 대한 보상으로 스페인과 가볍게 보라카이에 다녀왔다. 여행을 가기 위해 예약을 하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여행이 주는 묘미는 크다.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더하면서 추억으로 남긴다면 소중한 시간으로 남는다.


상반기엔 에세이를 출간한 일은 가장 특별했다. 60편의 글들이 <내 삶은 여전히 underway>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을 때 가슴이 벅찼다. 내 생애 이런 날이 오리라곤 꿈꾸지 못했고 실감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앞으로 나아가며 여전히 진행중인 것이 삶이다. 소소하지만 평범한 일상과 삶에 감사하며 꾸준히 써온 글들이다. 고민하다가 "내 삶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제목을 떠올렸다. 사랑하는 가족들, 소중한 친구들과 지인, 내가 느끼고 경험한 이런저런 일과 감정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하나둘씩 끄집어내다 보니 어느새 꽉 채워진 수필집이 되었다.


10여년 전부터 시와 수필에 빠지면서 첫 번째 에세이가 나왔을 땐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기회가 너무 기뻐서 <내게 찾아온 수필>이란 제목으로 25편의 글을 출간했다. 지금 보면 너무 부끄럽다. 다만 작은 시작일 뿐이라고 격려한다. 지금도 꾸준히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예전만큼의 열정은 사그라 들었지만 꾸준한 글쓰기에 자기만족과 성취감이 주어진다. 일기여도 에세이여도 책이나 영화 감상글, 기행문이여도 좋다. 쟝르 불문의 글을 쓰면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의미를 두는 나로선 풍성한 삶의 기쁨을 경험하고, 좋은 기회가 또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하반기에도 정신없이 보냈다. 여름부터 오카리나를 배우면서 시간만 되면 운지법과 악보를 보며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덕분에 가을에 제주 작은 마을에 효도잔치와 주일학교 가족 초청 잔치로 국내 선교를 갔을 때 오카리나 연주를 선보일 수 있었다. 배운지 세 달 치곤 잘했다는 격려에 뭐든 배움은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박4일 제주 선교도 기억에 남는다. 이후에 성탄 곡 합주 연습으로 24일 성탄의 밤 연주도 잘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는 차를 바꾼 일이다. 빨간색 모닝을 15년이나 탔다. 주행거리는 고작 8만km 밖에 되지 않지만 연식이 20년이나 되어서 바꿀 때가 됐다. 두 번 차를 바꿨는데 모두 중고에 빨간 차였다. 드디어 빨간 색을 벗어난 은색 새차를 탄 기분은 최고였다. 남편 차도 있고, 멀리 다닐 일이 없는 나로선 굳이 큰 차는 필요 없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경차로 바꾸고 싶었지만 같은 가격이면 같은 기종의 새차를 사라는 남편의 말에 수긍했다. 익숙한 차여서 편하고, 혼자 타기엔 딱 좋긴 하다. 하반기에 주문한 차가 4개월만에 내 품으로 왔다. 기특하게도 두 아들이 차 사는데 보태라면서 송금을 해준 일도 참 고마웠다.


연말이라 이런저런 모임이 많았다. 성탄을 앞두고는 친구들과 잠실에서 뮤지컬을 보고 호캉스를 하면서 연말 모임을 가졌다. 친구들과 롯데시어터에서 "킹키부츠"를 보고 레이크 호텔에서 와인 한잔하면서 모임을 하면서 한해를 잘 마무리한 기분이다. 마지막 주 토요일은 아버지 10주기 기일겸 가족 모임으로 보냈다. 아버지 기일이 12월 마지막 날이라 한해 마지막 주엔 어김없이 아버지를 추모하며 가족모임을 하는 날로 정했다. 아버지가 가신지 어느새 10년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여동생은 10주기라고 특별히 부모님의 초상화와 편지. 꽃을 준비해서 아버지 기일을 기념했다. 생각이 깊은 동생이다.


마지막 주까지 꽉 찬 일정에 올 한해도 참 잘 보냈구나 싶다. 바쁘게 할 일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무탈하게 지낸 것도 모두 기쁠 뿐이다. 새해에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좋은 소식들이 들려지고 평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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