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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Jun 14. 2024

높아진 위상만큼


지난 주 토요일에 남편 친구 아들 결혼식이 광화문에서 있었다. 시간도 11시여서 같이 갔다가 근처 경복궁도 구경할겸 차를 두고 버스로 가기로 했다. 마침 아들이 근처에 간다고 해서 태워다주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점심을 먹고 한 바퀴 걷기 위해 5분 거리에 있는 경복궁으로 갔다. 남편은 덕수궁은 가봤지만 경복궁. 창경궁. 비원. 종묘 등을 안 가봤다고 해서 산책겸 들르기로 했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으로 빛이 널리 비춘다는 뜻이다. 세종임금 때 남문으로 부르던 것을 집현전 학자들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뒤로 북악산과 청명한 하늘이 잘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냈다. 들어가면 흥례문과 근정문이 있으며 궁의 중심인 근정전이 있다. '근정' 은 천하의 일을 부지런히 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는 뜻으로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정원과 호수 위에 자리잡아 연회 장소로 쓰인 경회루는 야간에 불을 밝히면 매우 아름답다고 들었다.


'경복'이란 새왕조가 번영해 큰 복을 누린다는 뜻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곳이라니 역사적 의미가 참 크다. 이런 역사적 의미가 큰 궁궐이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고종 때 복구되었고 을미사변의 아픔까지 겪은 곳이 되었다. 일제강점기 땐 조선총독부 청사가 건립된 곳이다. 우리 역사와 맥을 끊겠다는 일제의 분명한 목적이다. 해방 후 많은 시간이 지난 1990년에나 복원공사를 계획하고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재건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찾게 된 곳이라서 감회가 더 새로웠다.


내가 놀란 건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한복을 입고 입장하면 무료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인지 한복을 입고 삼삼오오 한껏 치장한 외국인들이 많았다. 주변에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가 난무했다. 외국인이 볼 때 한복이 참 아름답다고 한다. 한복에 매료되어 곳곳을 누비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인상이 좋게 각인 되기를 바랐다.


우리나라와 수도 서울이 요즘 뜨는 관광지가 됐다는 말이 실감났다. K-pop. k-뷰티. k-의료. k-드라마. 영화. K-푸드 등 korea만 들어가면 외국에서도 뭐든 잘 팔린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한국 라면은 수출이 늘어 몇조 원에 수익이 늘고 외국에서 한국 삼겹살 식당도 인기가 좋고 한국식 핫도그나 편의점 김밥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기분좋은 뉴스도 들었다.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문화를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보인다. 북촌 마을에 몰려와서 한옥 주변에서 사진만 찍고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어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볼거리와 더불어 할거리를 만들어 한식. 전통차. 김치 등 전통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성화 시키면 좋을 것 같다.


경복궁에서도 한복 입고 사진 찍기로 끝나기 보단 우리 궁궐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가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더한다면 좋지 않을까.


경복궁을 나와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새롭게 바뀐 광화문 광장도 처음인 남편은 세종대왕님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는 넓은 광화문 광장을 보고 차가 없는 광장이 되니 보기 좋다고 말했다. 앞에는 이순신 장군님 동상이 있어 갈 때마다 우리나라를 지켜내시고 빛내신 두 분의 위엄에 자부심을 느낀다. 외국인들도 두 분의 위인이 하신 위대한 업적을 알고 있으려나.


k-문화 페스티발 행사 기간이라고 써있었지만 성형외과. 치과. 화장품 광고와 상담이 즐비한 걸 보고 좀 실망했다. 작은 공연 무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저녁 공연을 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태권도 시범 체험. 사물 놀이 체험. 윷놀이 등도 진행하는 걸 본 적도 있다. 단편적인 하루만 보고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넓고 깨끗하게 조성된  광장에 우리 문화와 역사를 다양하게 체험하며 높아진 위상 만큼 품격 있는 문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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