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j Jun 26. 2024

아찔했던 순간


내 부주의로 나는 사고도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도 있다. 도로 위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아찔하게 경험했다.


선약이 있어 점심을 먹고 차를 공영 주차장에 대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비좁고 주차된 차들로 꽉찬 골목길이지만 그 날 따라 주차할 공간이 있었다. 공영 주차가 꽉 찼더라면 아마도 거기에 주차를 했을 것이다. Cctv도 신경쓰이고 안전한 곳에 하자는 생각에 주차장에 갔더니 운좋게 자리가 비어있었다.


두 시간 커피 마시고 차를 빼러 갔다. 누군가 내 차 앞에 이면 주차를 해두어서 전화를 하자 지금 병원이라며 난감해 했다. 중립으로 해놨으니 밀어보라고 했다. 그 전에 앞에서 밀었지만 꿈쩍도 안 해서 전화한 터였다. 나도 기다리는 지인이 있어 급한 마음에 다시 뒤에서 밀어보니 움직였다. 통화하면서 "움직이네요." 했는데 문제는 차가 멈추지를 않는 거였다.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통화하면서

"차가 안 멈춰요. 어떡해요!"

하며 소리를 질렀다. 차는 계속 밀리더니 결국 펜스를 박아버렸다. 황당했다.


차 주인도 내 전화 소리에 놀라서 헐레벌떡 내려오고 난 공영주차장에 호출을 눌러 상황을 얘기하자 관계자 분이 나오셨다. 차주인에게 이면 주차 하지 말라고 써있는 거 안 보이냐며 나무라셨다. 젊은 차주는 어떻게 밀었길래 거기까지 굴러갔냐며 따지듯 물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관계자에게 경사가 졌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육안으론 신경 안 쓰면 잘 모르고 어떤 주의 문구도 없었다. 방지턱을 만들던지, 경사가 있으니 절대 이면 주차 불가라고 경고 문구를 강하게 써놓던지 해야지 주차장 측에선 책임이 없다며 둘이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럼 주차 비용은 왜 받는 걸까. 일부러 안전한 곳에 주차하려는 이용객들은 뭔지.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해도 사고 책임 규정은 없다고 했다.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통화를 하고 있어 아시지 않냐며 차주에게 얘기했다. 일단 차를 뺐더니 소리난 것에 비해 겉으로는 범퍼가 크게 손상된 곳이 없어 보였다. 일단 자기 잘못도 있으니 가시라고 해서 왔다.

 '휴. 다행이다!' 싶었다.


가면서 생각해보니 '그 순간 당황해서 차를 앞에서 막으려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찔한 상상이 들었다. 같이 밀려 펜스에 끼일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가끔씩 뉴스에서 보던 사고가 생각났다. 사이드를 안 채우고 차가 굴러가서 몸으로 막으려고 했다가 참변을 당한 사고가 생각나면서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큰일 날 뻔한 상황이고 '어떻게 하지?' 당황해하면서 순간 앞에서 막을까란 생각과 앞으로 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 짧은 순간에 오고갔던 것 같다. 찰나의 선택으로 십년 감수했다 싶었다.


집으로 와서 쉴 때 잠시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차주였다. 범퍼 안이 깨진 것 같다며 보험 처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냥 가라더니 무슨 소리냐니깐 그냥 타기엔 손상이 크다는 거였다. 주행 중이 아니라 자동차 보험으론 해결이 안 되고 차를 민 사람 잘못이 더 크다고 이미 남편에게 들었다. 8대2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잘 넘어가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물어줄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찔할 수도 있는 상황이란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됐는데 보상까지 해주어야 한다니 억울하고 화가 났다.


견적서 보낸다는 말에 일상생활책임보험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던 중 전화가 다시 왔다. 남편 차인데 남편이 차를 그냥 타고 없던 일로 하라고 했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남편이 상대방이 얼마나 놀랐겠냐며 넘어가라고 했다는 말에 내 잘못도 있으니 사과하고 좋게 해결했다.


남편과 내 보험에 둘 다 보험이 들어있었지만 배상을 해주었다면 기분은 썩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이래저래 신경쓰다가 상황이 해결되고 나니 맥이 탁 풀렸다. 갑자기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경사로에선 절대 주차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공영주차장에서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본다. 아들들에게도 운전하는 조카들에게도 상황을 알려주고 항상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와 같은 일이 생겼을 경우 공영주차 측에 먼저 상황을 알리고 차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다른 사람까지 다치지 않은 일. 순간적 판단을 잘 한 일. 상대방 차도 크게 손상 되지 않은 일 등이 모두 감사한 일로 다가왔다.


차는 항상 안전 운전과 주의와 경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황당하면서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전 08화 어느 봄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