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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Jul 12. 2024

"그랬다지요" 인생

벌써 반 년이 지나서 7월이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김용택 시인의 <그랬다지요> 시는 이런 우리 삶을 잘 표현해준다. 나태주 시인님과 비슷하게 짧으면서도 강하지만 따뜻한 메세지를 전해주신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은 가며

꽃은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많은 이들이 '이게 아닌데. 내가 원했던 건 이런 삶이 아닌데' 하며 산다. 힘든 공부를 마치고 원하는 입사를 했을 때도, 뜨겁게 연애를 하고 결혼해 살면서도, 아이들을 양육하면서도 원하는 방향대로만 가지 않는다. 실패도 맛보고 삐그덕대기도 하고 갈등도 겪고 원치 않는 질병도 찾아오지만 주어진 삶이기에, 시간이 흘러가기에 큰 목표를 둔 거창한 삶이라기 보단 그저 무던하게 살아간다. 평범하지만 소소한 일상의 감사를 알고 특별한 날과 경험을 희망하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최선을 다해 살 뿐이다.


10대엔 더디게도 안 가고 공부하느라 지겨웠던 시간들이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자유가 기다릴 줄 알았다. 아니었다. 책임감이 더 늘어났다.

20대엔 젊음의 순간을 잠시 만끽하다가 곧 결혼이란 굴레에 들어와서 낯선 경험들에  부딪히면서 적응하며 살았다.

30대엔 아이들 양육하면서 콩 볶듯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가장 바쁘게 살던 시간들이었다.

40대엔 아이들이 자라 대학에 가고 군복무를 하며 어느새 듬직해졌다. 부모로서 책임감을 다한 시간들로 꽉 채우다 보니 어느새 50대가 되었다.

50대가 되니 아이들이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자립하며 결혼한 아들도 있어 비로소 한가하고 여유롭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들을 갖게 됐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데' 하며 살 때도 분명히 있었고 '이 정도면 열심히 잘 살아왔어'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사는 게 다 똑같다는 사람. 거기서 거기라는 사람. 걱정 없어 보여도 들여다보면 걱정 없는 사람이 없다는 말. 모두 "그랬다지요" 하며 살아간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닌 모두의 인생이 "그랬다지요" 로 귀결되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고 할까.


이룬 것도 없이 와버린 시간 앞에서 한숨과 한탄의 시간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계속 될 것 같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지금 여기에 서 있다. 바라는 모습보다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있지만 유수 같은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많은 걸 변화시킨다.


작가님 시처럼 봄은 오고 꽂이 피다가도 봄은 가고 꽃은 져도 다시 봄은 찾아온다. '이게 아닌데' 하며 살다가도 좋은 것을 심고 좋은 것으로 거두기를 인내하고 기다리다 보면 '잘했어. 수고했어.' 하는 날도 찾아온다.


인생은 어찌 보면 단순하고 어찌 보면 복잡하다. 하루도 바쁘지 않은 날이 없을 때가 있었고 마냥 시간이 더디게 가다가도 갑자기 화살처럼 빨라지기도 한다. 불행과 행복이 교차되며 복잡미묘한 일들을 겪다 보니 시간이 흘러 어느새 중년기를 맞았다. 나쁘지 않다. 나이대별로 보는 세상이 다르기에 의미도 가치도 달라진다. 지금은 서둘지도 재촉하지도 않고 슬로우 루틴을 가지려고 애쓴다.


예전 같은 젊음은 없어도 중년의 성숙미가 담겨있고 여유와 안정이 있다. 열심히 달려온 결과물일 수도 있고 주어진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해 얻어진 경험치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하루하루 평안을 주심에 매 순간 감사로 산다.


하루아침에 무슨 일을 겪을 지 모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두의 "그랬다지요" 인생에 감사와 평온이 깃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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