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또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발리(4) - 짱구
여행을 할 땐 많은 선택지가 있잖아요.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누구와 함께 하냐에 따라 여행의 방향성은 아주 크게 달라지곤 하지요.
나는 원래 누구와 함께 여행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좋은 걸 보면 나누고 싶어 지는 법 아니겠어요.
좋은 곳에 갔을 때 라던가, 좋은 풍경을 봤을 때 라던가, 좋은 음식을 먹었을 때 등등이요. 누군가와 함께 호들갑을 떨 수 있는 것 자체가 여행에서의 좋은 추억이니까요.
근데 이번 여행은 다릅니다.
이번 세계여행을 나홀로 떠나기로 결심했거든요.
물론 6개월이나 나와 여행을 함께 떠나 줄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크긴 했지만 (흑흑) 그래도 항상 혼자서 여행을 한다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었습니다.
나는 평생을 외향형으로 살아왔습니다.
누군가랑 뭘 함께 하는 걸 좋아하고, 남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그렇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둘이서, 셋이서 놀면 더 재밌는데 굳이 혼자 놀 필요가 없다고 생각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혼자서 여행을 간다는 선택지 자체가 나한테 없었는지도요.
그러고보니 나는 혼자 있는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으면서 막상 나만의 시간을 보낼때에도 나를 알아보려고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한참 일을 하고 나고 드디어 자유시간이 생겼을 때에도
난 보통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면서 홀로 생각할 시간을 아예 없어 버렸단 말이지요.
어릴 때는 몽상을 하거나 고심하며 스스로 사색하는 걸 참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고부터 나도 모르게 의도적으로 혼자 사색할 시간을 차단해 왔던 것 같습니다. 진지해지는 게 싫었던 거 같기도 하고, 힘든 삶 속에서 고민을 더 늘리고 싶지 않았던 회피 기제일지도요.
그런데 여행을 혼자 시작하고부터 말이에요.
그렇게 노력해 차단해 왔던 사색의 시간을 즐길 기회가 늘어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있잖아요.
혼자 하늘을 보거나 잔잔하게 물결치는 호수를 바라볼 때나, 멋진 풍경을 봤을 때
조금씩 알게 되는 게 있더라고요.
나는 평생 여름을 좋아해 왔는데,
햇빛에 비치는 바다가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거려서
활력 있게 초록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햇빛을 받아 술렁술렁 춤을 춰서
나 밖에 없는 것 같은 고요한 세상에 나에게 말을 건네 듯 활기차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좋아서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는 뜨거운 햇빛이 내 주위를 꽉 채워주는 게 좋아서
그래서 내가 여름을 좋아해 왔다는 것을.
나는 평생 수영하는 게 좋아서 바다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직접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보다 그저 물을 구경하는 걸
바다가 좋다기 보단 그저 잔잔하게 물결치는 물가면 전부다
그리고 사람이 적은,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게 눈에 보이는 푸름이 함께 있는 호수에서 멍 때리는 것을
좀 더 좋아한다는 것을.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만큼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도 그만큼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혼자 여행을 하는 건 가끔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그래서 조금씩, 나와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바로. 마침내 내가 혼자일 때만 알 수 있게 되는, 기쁨이겠지요.
*** 그럼에도 함께하는 여행이 즐거운 이유 세 가지
1. 누군가 남겨주는 나의 기록.
처음 방문한 짱구의 바다. 함께 리조트에 갇힌 녜삐데이의 특별한 하루. 그곳에 남은 나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다.
2.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혼자서는 두 개 메뉴도 사치!
하지만 함께라면 여러 개도 가능합니다.
3. 함께하면 즐거움이 두 배.
같은 걸 봐도 조금 더 즐거워지고 좀 더 바보 같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