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라레솔도 29화

우리가 서로에게 머무르는 때

시민옹호인

by 에밀리


2025년 6월 19일 시민옹호인 3회 차



N 언니와 복지관에서 열 시에 만났다. 우선 화장실 동행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복지사샘에게 <시민옹호인> 관련 세부적인 내용을 재확인했다.


두 번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4월과 5월, 그리고 오늘도 N 언니와 협의하여 날짜와 활동장소를 정하고 있다. 석촌호수로 가는 길에, 손에 땀이 나서 팔짱을 끼고 서호를 지나 동호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날은 한여름의 땡볕이었으나, 그늘진 산책로라 걸을만했다. 벚나무 터널 아래, 초록 잎새가 한들한들 호숫가에 수양버들 마냥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다. 바람결에 더 싱그러운 풍광을 세세히 들려주었다. N 언니는 방긋 웃으며 잎새의 가느다란 떨림에 대해서 기억 속 장면을 되물었고 내 대답에 반가워했다. 도란도란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우리는 호수에 출렁이는 윤슬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면서 소녀들처럼 웃었다. 실물도 예쁘고 사진발도 잘 받는 언니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서 사진 액자를 가지런히 진열한다고 했다. 집에 드나드는 생활지원사와 한 번씩 찾아오는 조카들도 볼 수 있게 놓겠다고 한다. 본인은 못 보면서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마음을 생각한다.


노래하듯 빠른 말투의 언니 말에 귀 기울여 듣는다. 얕은 둔턱이나 층, 계단, 그리고 오르막, 내리막, 흙탕물 등이 나오면 긴장이 된다. 걷다가 다른 지면(地面)이 나오면, 먼저 말을 해준다. "얕은 이 있어요", "오르막 계단이 세 칸 있어, 천천히!"


우리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 아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마음을 다독이는 시편을 담담하게 천천히 낭독하고 가슴에 남는 문장과 시어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준비해온 차와 과일, 빵을 나누며 소풍을 만끽했다.




송리단길 호숫가 카페 거리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다. [비비큐 빌리지] 시원한 맥주 한 잔에 갈증이 씻겼다. 식사는 양념치킨등심, 볶음밥, 샐러드 구성의 '치킨등심라이스', 새우, 오징어, 홍합, 계란알 2피스, '해물짬뽕수제비'를 주문했다.


N 언니는 물티슈로 먼저 손을 깨끗이 닦고 앞치마를 요청하였다. 나는 접시와 커트러리를 가져와서 음식을 나누고 포크와 숟가락, 물 위치를 말해주었다. 얼큰한 수제비 국물을 한 스푼 떠먹고는 N 언니가 활짝 웃는다. 다행히 예민한 입맛에도 푸짐하고 맛있는 오찬이었다.



화장실 가는 길에, 거울을 중심으로 [뉴욕 브로드웨이] 콘셉트로 꾸며진 포토존에서 멈췄다. 언니에게 설명했더니 "우리는 지금 여행 중이야?" 신나 했다. 언니의 제안대로 배우들처럼 우아하고 친밀하게 다양한 포즈로 나란히 서서 폰카메라에 기록하였다.


이틀 후 N 언니 생일이라,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다가오는 그날 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다음 계획은 장맛비가 예고되어 날씨에 따라 두 일정 중에 하나로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설빙> 디저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인절미 빙수에 연유를 넣어 콩가루 날리며 위아래 골고루 비볐다. 니는 빙수집이 십수 년 만이라, 인절미 가루가 날리고 비벼도 퍽퍽하여 난감했다. 눈꽃빙수를 추가로 요청하여 뜨거운 여름 열기를 식혔다.


어느새 2시 30분이 지나고 먼 길 가는 N 언니, 택시 예약하기 위해 현 위치를 말해주고서 한참 동안 복지차를 기다렸다. 3시가 되어서야 택시가 연결되어 배웅했다.






일상의 분주한 시간을 멈추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다른 세상, 다른 지향으로 살아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이다. N 언니는 사십 년 전, 28세에 전맹이 된 중도 시각장애인이다.


N 언니와 작년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이웃 소통모임 <스몰스파크>에서 매칭되어 친밀한 벗이 되었고, 올해에는 둘이서 <시민옹호인> 이름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고 있다.


앞만 보고 고속도로길 빨리 달리다가, 휴게소에서 쉬어 가듯이 우리가 서로에게 머무르는 때. 나를 향한 그 마음을 헤아리고 생각한다. 마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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