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by 에밀리

우리 집 그릇장 한켠에는 작은 인형들이 있다. 빨간색 모자를 쓴 아이, 웃다 만 입꼬리를 가진 아이, 어디론가 가려다 멈춘 듯한 아이. 그들의 네모난 집은 가로 세로, 두 뺨을 넘지 않는 공간이다. 해질녘 햇살이 주방 창가를 지날 때, 인형의 집에도 빛이 스며든다.


먼지가 가라앉으면 하나씩 꺼내어 휴지로 닦는다. 인형들은 움직이지 않지만, 말갛게 또릿해져 얼굴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다정해진 눈빛으로, 마법처럼 토도독 녹슨 빗장을 연다.


나는 오래된 노트북을 펴고, 가장 늦게 불을 끈다. 사춘기 아들들과 스무 살 딸들은 각자의 방문을 닫고 산다. 방마다 비밀번호로 잠긴 사각의 세계, 이어폰 속의 은신처에 쉬고, 그릇장에는 나만의 작은 방이 있다.


어린 시절, 인형의 집은 종이 상자였다. 성냥갑 침대와 조약돌 식탁이 있었고, 거기에는 에고가 살았다. 아직 계산을 모르는 존재, 미리 걱정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그 집은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비밀 공간이었다.


인형의 집에는 마음이 눕는 침대, 생각이 앉는 의자, 눈물이 고이는 바닥이 있다. 인형들은 말이 없다. 그러나 침묵은 잘 정리된 문장이다. 그들은 나에게 묻는다. “에밀리, 아직도 그날들 기억해?” 나는 대답 대신 먼지를 닦는다.


책 속에서 자아는 거창하지만, 내 자아는 그릇장 한켠에 있다. 존재는 머무름이다. 오래 머무는 것이 마음이다. 아이들이 낯설게 그 공간을 발견한다.


“엄마, 이거 뭐야?”

“나의 오래된 친구들이야.”

어린 에고를 외면하지 않고, 순정을 현실과 다투게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웃는다.


명랑 만화 영화처럼 장면이 바뀐다. 오전에는 도서관, 오후에는 양재천, 저녁에는 설거지와 분리수거, 밤에는 인형의 집. 문을 열고 불을 켠다. 하루가 달라질 것 없어도, 인형의 집을 정돈한다. 때때로 작은 소리가 속삭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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