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위악에 대하여

by 에밀리


겉으로는 근엄한 척, 싸늘한 눈빛으로, 굳어버린 얼굴 앞에서 우리는 착각한다. 위선과 위악은 같은 출발선상에서 나뉜다. 둘 다 자기 마음을 숨긴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숨기는 이유와 방향은 다르다.


위선은 선을 가장한다. 가식적인 말투와 도덕적인 언어로 자신을 보호하며, 비난받지 않을 자리를 먼저 마련한다. 속은 불안과 계산으로 차 있으나, 겉은 질서와 명분으로 포장한다. 위선은 집단의 윤리를 빌려 개인의 치부를 가린다. 공공선을 말하지만 책임은 회피하고, 정의를 외치지만 손은 더럽히지 않는다.


반대로 위악은 악을 연기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차갑게 굴고, 무너질까 두려워 먼저 공격적인 표정을 쓴다. 이는 타인을 속이기보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에 가깝다. 거칠고 냉소적인 태도 속에 오히려 연약함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둘의 차이는 결국 진실과의 거리다. 위선은 진실을 덮기 위해 가면을 쓰고, 위악은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갑옷을 입는다. 하나는 도덕을 빌려 자신을 높이고, 다른 하나는 추악함을 빌려 자신을 숨긴다. 그래서 더 위험한 것은 위선이다. 위악은 들키면 끝나지만, 위선은 신뢰를 소비하며 관계를 잠식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표정이 아니라 태도가 굳어질 때이다. 감정이 굳어 태도가 되고, 그 태도가 신념처럼 반복될 때, 스스로 만든 페르소나 속에서 살아간다.

수요일 연재
이전 17화노부부의 재봉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