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 우리가 있어 내가 존재한다

by 에밀리



우분투(Ubuntu)는 '우리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를 의미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자신의 모습을 알아간다. 쉽게 지나치는 작은 배려가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뿌리가 되기도 한다.


어느 겨울날,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해가 저물고, 바람이 차가워지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때 길가 작은 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고, 한 할머니가 다가왔다. 어눌한 말투로 목적지를 묻고 길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함께 걸어 주었다.


그날, 나는 목적지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다. 그는 나에게 아무런 의무도 없었고, 나 역시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그 짧은 동행으로, 사람 사이에 따스한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 같이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일상에서 우분투를 떠올린다. 아이가 시험을 끝내고, 방 안에 칩거하며 말수가 줄었고, 자과감에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로서도 고달픈 시간이었다. 나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저녁마다 차를 한 잔 내어주고, 함께 산책을 하며 아무 이야기나 나누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의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냥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덜 무거워.” 그 말을 들으면서, 사람에게 필요한 힘이 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때로는 존재 자체가 다른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우리가 서로의 삶에 조용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다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삶은 이런 작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길을 알려 주는 낯선 사람, 말없이 곁을 지켜 주는 가족, 지친 마음을 알아보고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 스스로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존재한다.


우분투는 철학이라기보다 삶의 지혜이다. 내가 그랬듯이 또 누군가도 나의 어깨에 잠시 기대어 쉬어 간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밝혀 준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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