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완전수로 만들어주는 약수 같은 친구 3명

오늘의 촉매제. 자코미누스 갱스보루의 풍요로운 시간들

by 아홍

<자코미누스: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한번 세어 볼까?"라며 '자코미누스 갱스보루의 풍요로운 시간들'을 기록하며 독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중에서 '아주 충실한 친구들 몇 명'에서 내 눈에 들어온 두 가지, '충실한'과 '숫자'. 이 둘의 조합은 '완전수'를 떠오르게 했다.


완전수(perfect number)란 그 수의 약수 중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를 모두 더하면 자기 자신이 되는 자연수이다.

1 + 2 + 3 = 6

1 + 2 + 4 + 7 + 14 = 28

1 + 2 + 4 + 8 + 16 + 31 + 62+ 124 + 248 = 496

...


나의 충실한 친구들이 나를 완전수 6으로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고, 죽기 전까지 그런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로 생각할 때는 '현재의 나'에게 다섯 명의 친구가 있어야 그들로 내가 채워져서 '충실한 나'가 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나(1)+친구(1)+친구(1)+친구(1)+친구(1)+친구(1)=충실한 나(6)


이렇게 적어서 바라보니 수식의 오류가 있는 듯 보였다. 약수의 의미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수는 어떤 자연수를 나누어 떨어지게 하는 수이다.


아무나 친구가 되지 않는다. 알고 지내는 사이는 그냥 지인이다. 나와 공통의 관심이 있고 그것을 애정을 담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친구가 된다. 약수 같은 존재인 것이다. 친구3은 나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절반이나 있는 친구다. 나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3분의 1 정도 있는 친구는 친구2다. 나와 닮은 부분은 거의 없으나 닮고 싶고 닮아갈 수 있는 친구가 친구1이다.


친구1+친구2+친구3=나6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1', '친구2', '친구3', 이렇게 3명의 친구만 있으면 나는 완전수 6이 될 수 있겠구나. 나를 충실하게 만들어주는 약수 같은 친구 3명만 있어도 충분하겠구나.


'친구3'은 현재완료형이다. 이미 찾았다.

"좋은 친구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달라지는 서로의 이야기를 여전히 똑같은 애정을 담아 나눌 수 있는 사이일 것이다." 레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의 옮긴이 후기에서 김현우 님이 한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친구가 '친구3'이었다. 그녀는 신입사원, 첫 번째 부서에서 만난 회사 친구다. 지극히 내성적인 극 I형인 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먼저 건네지 못한다.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고 낯선 환경에서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제일 먼저 말을 걸어준 걸로 기억한다. 그때를 시작으로 같은 울타리 안이라는 편안함과 나와 같은 좌뇌형이란 유사함으로 '친구3'과는 몇 년을, 거의 1년 365일을 함께 했다. 서로의 결혼, 출산, 육아, 부서 이동, 나의 퇴사로 서로의 이야기는 점점 달라져갔고, 만나는 시간도 줄고 있지만, 여전히 똑같은 애정을 담아 함께 나누고 있다.

1년 휴학을 하고 입사한 탓에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지만, 언니, 동생이 아닌 '누구누구 씨'로 내 인생의 반이상을 여전히 서로 존대하며 함께 하고 있는 든든한 친구다.


'친구2'는 현재진행형 또는 가정법 현재이다.

딸의 어린이집 친구 맘으로 '누구누구 맘'으로 시작한 사이다. 아이를 통해 알게 된 만큼 육아와 교육이 주된 관심사였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직장맘이라는 동질감에서 오는, 서로를 조금은 더 이해해 줄 거라는 이유 없는 신뢰가 있었다. 힘들 때마다 서로 의지하게 되고, 더 깊은 고민을 함께 나누다 보니 지금은 나의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내 친구가 되었다고 믿는다. 아이들과 함께 만나던 사이에서, 이제는 딸이라는 매개체가 없어도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평생을 같이 함께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다. 나의 '친구2'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점점 이유 있는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친구다.


'친구1'은 미래시제다.

좌뇌형 인간인 나는 항상 우뇌를 동경한다. 그러나 내가 해보지 않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만 만나 왔던지라, 울타리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지라, 나와 다른 곳에서의 불편함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이런 나를 끌어주고 응원해 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갈 수 있는 우뇌형 '친구1'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나의 충실한 친구 3명 덕분에 더 충실해진 나로, 완전한 나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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