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에서 공개, 단 한 번의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의 촉매제. 커피
다들 글 쓰는 것을 너무 힘겨워해서일까? 선생님의 수업 스타일이 이 날은 달라진 듯했다. 우리 수준에 맞게 쉽게쉽게 전략으로 변경하신 걸까? '나에게 커피란 무엇인가?'에 대해 글을 써보란다. 그동안의 이야깃거리에 비하면 쉽다고 느껴졌다. 커피라..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들을 노트에 하나씩 하니씩 적다 보니 <커피는 포켓몬고다>라는 글이 그냥 쭉 써내려 가졌다. 언제나 그렇듯 공개에의 부끄러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제출을 하지 못했다. 또 한 편의 글이 나만 보는 나만의 비밀 일기로 남겨졌다.
커피에 대해 글을 쓰면 대부분이 '커피 향'에 대해 쓴다고. 확률은 과학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모든 학인들 글에 '향'이 담겨있었다.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쓰는 것은 정말 잘 쓰지 않는 이상 식상하다고. 누구나 쓰는 건 버리자고 조언해 주셨다.
"남들처럼 잘하는 것보다 남과 다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 내 삶의 롤모델이자 모토이다.
내가 쓴 글에는 '향'이 담겨 있지 않았다. 생각도 나지 않았던 재료다. 남과 다른 글감을 찾았다는 것에, 남과 같지 않은 재료를 썼다는 것에 자신감이 꿈틀거렸다.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나의 모토와 닮아있다는 것에 한컷 취해버렸다. 그래 글을 못쓰면 어떠랴, 나만의 글을 쓰면 되는 거다.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맞힌 아이마냥 신난 나머지, "선생님~ 저는 커피 향에 대해 안 썼어요." 자랑이라도 하듯 그렇게 비밀 일기는 공개가 되었다. 용기 내자고 계속 다독였는데 이렇게 우연한 계기가 안에서 걸어 잠근 빗장을 풀도록 해주었다.
확실히 내 글은 다른 학인들에 비해 형편없었다. 참으로 유초딩스러웠다. 글의 길이면에서, 글의 풍성함면에서, 표현력면에서.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남과 다르게' 했다는 것.
---------------------------------
<커피는 포켓몬고다>
"나에게 커피란 무엇인가?"
그냥 바로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보았다.
"습관, 에너지, 중독..."
이렇게 적힌 단어들을 보니 어~라 이건 포켓몬고 얘기인데?!!! 그랬다. 나에게는 '포켓몬고가 커피'고, '커피가 포켓몬고'다. 둘은 같은 의미이고 같은 존재다.
1. 습관이다
눈뜨면 제일 먼저 포켓몬고를 켠다.
밥을 먹고 나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항상 그래왔듯이 습관처럼 찾는다.
2. 각성제다
잠자는 것을 좋아하고 잠이 보약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한번 잠들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잠에서 일어나기 위해 포켓몬고를 켜고,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3. 에너지다
밖에서 들어온 스트레스든, 내가 만들어낸 스트레스든, 힘들 때면 포켓몬고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정신적 에너지를 보충한다.
나의 저질 체력을 넘어서는 활동을 해서 몸이 지쳤을 때는 달달하고 시원한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 한 잔으로 신체적 에너지를 보충한다.
4. 중독이다
전자파에 대한 면역력이 낮아서 핸드폰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가 없는데도 포켓몬고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손에 쥔다.
내 건강상의 아킬레스건인 위를 위해서는 커피를 마시면 안 되는데 이미 네스프레소 머신의 전원을 On 한다.
현대인은 누구나 어느 하나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나도 포켓몬고와 커피에 중독된 21세기의 보통 사람이다. 나의 하루하루, 나의 일상, 나의 습관이 되어 버렸기에 끊을 수가 없는 포켓몬고와 커피. 내 몸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