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어쩌다 붕어빵 달인

by 카폐인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은 지난 십여 년간의 카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제가 살아오며 수없이 마주쳤던 ‘누군가’를 상징합니다.


“손님, 주문하신 팥 붕어빵 여덟 마리 나왔습니다.”

유리문 밖에서 기다리던 손님이 종이봉투 두 개를 받아 들고, 볼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여기 붕어빵 먹고 싶어서, 추워지길 기다렸어요.”

“감사합니다.”

저 말이 자영업자에겐 최고의 칭찬이라는 걸, 나는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나, 김미들.

카페에서 붕어빵을 만들게 된 건 일 년 전 어느 겨울날이었다. 오래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어쩌다 들어오게 된 미들 타임 알바. 평생 음료와 디저트만 팔던 내가 붕어빵을 굽게 되다니.

생전 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손님이 돌아가자 다시 틀 위의 잔여물을 솔로 털어냈다. 반죽을 붓고, 팥 앙금을 하나씩 올린다.

다시 반죽을 덮고, 반죽의 양을 눈대중으로 맞춘 뒤, 무거운 철판을 단숨에 닫는다. 딸깍. 타이머가 켜지고, 가게 안이 서서히 달아오른다.


작은 카운터 뒤는 고소한 냄새와 열기로 가득하다.

숨이 막혀 창문을 반쯤 열면, 찬 공기와 함께 바깥에서 사람 사는 소리가 들어온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 나뭇잎 깎는 소리... 그 소리들이 내 하루의 리듬처럼 들려온다.

카페에서 붕어빵을 굽기 시작한 건, 작년 겨울이었다. 추워지기 시작한 어느 날, 사장님이 갑자기 말했다.

“이번 겨울엔 붕어빵 한번 팔아볼까?”

사장님은 디저트의 가능성을 굳게 믿는 사람이었다. ‘겨울엔 붕어빵이지!’라며 전기 틀 두 개를 주문했고, 그날 이후 나와 다른 직원들은 매일 붕어빵을 구웠다. 사장님이 앙금과 반죽을 만들고, 나는 굽는 식이었다. 처음엔 반죽이 흘러내리거나 앙금이 터져 나올까 손을 덜덜 떨며 틀 손잡이를 잡았다.

그렇게 한겨울을 다 보내고 나니

이제는 제법 잘 굽는다.

내가 구운 붕어빵

갓 나온 붕어빵은 뜨겁다.

앙금이 꽉 차 부드럽고 통통한 머리, 그에 비해 얇고 바삭한 꼬리. 하나 먹어도 된다는 사장님의 말에, 나는 꼬리를 손끝으로 살살 뜯어 입에 넣었다.


입김이 피어오르고,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퍼진다. 달큰하고 부드러운 조각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위장을 데웠다. 그 온기가 일에 지친 나를 잠시 위로해 주는 듯했다.

날이 추워질수록 가게는 더 바빠졌다.

혼자서 음료를 만들고, 틈틈이 붕어빵을 구워내고, 또 구워낸다. 사장님이 볼일을 보러 나가면 가게의 모든 일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손님 응대, 배달과 선결제, 설거지, 정리, 베이스 준비까지—. 하루의 세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아무리 짧더라도 퇴근하기 직전은 늘 체감상 길게 느껴진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근무 종료까지 1분.

아직 교대 근무자는 오지 않았다.

그 1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질 무렵이었다.

“안녕하세요.”

뒤에서 들려온 인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오늘도, 내 뒤 근무자는 정시에 도착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