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기질

책 십 년 천권 : 책 속으로 풍덩

by 잭 슈렉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행위. 그것도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는 행위에는 약간의 반골 기질이 깃들어 있다. 모두가 듣고 보는 흔한 음악과 영화를 멀리 하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장르를 골라 보던 시절의 습성이 책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갑에 도서관 대출카드를 보고 적잖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아직도 도서관을 가요? 아니 도대체 도서관이 우리 주변에 있기는 한가요? 돈이 없나요? 왜 책을 사지 않고 빌려 읽나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진 못했지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선보인 지 10년이 훌쩍 넘는 스마트 폰은 이제 정말이지 단 하루, 아니 단 한 시간도 없으면 안 될 소중한 우리의 친구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10대 아이들이 극장을 가지 않는 이유가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스마트 폰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게 그 이유라고 하지 않던가.


10대뿐만이 아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하루 온종일 살고 있는 것만 같다. 그 풍경은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떠올려 본다. 한 칸에 몇 명이 있는지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90% 이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 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눈을 감고 자는 사람, 유리 너머 까만 터널 속을 멍 때리며 보는 사람, 화장을 고치는 사람 정도가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책을 읽는 것만큼 이나 아주 가끔 신문을 보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잡지를 보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나처럼 책을 읽는 사람은 마주하면 말이라도 걸고 싶을 정도로 찾기 힘들다.


한때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든 숫자가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이 e-book 형태로 스마트 폰 안에 들어간 경우도 무척 많다. 반드시 책을 인쇄된 종이 책으로만 읽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손바닥 만 한 폰이든 얼굴 만 한 태블릿이든 모니터 속으로 읽는 e-book도 책은 책이다. 하물며 최근 선보인 오디오 북도 책은 책이 맞다. 다만, 내겐 익숙하지 않고 또 제대로 맛이 나지 않을 뿐이다.


라면은 약간 꼬들꼬들하게 양은 냄비에 끓여야 제 맛이다. 이사하는 날 점심은 짜장면에 탕수육이 진리다. 그런 연유로 책도 종이책이 가장 맛나고 좋다. 종이책 한 권 손에 든 사람 하나 없는 지하철에서 나 홀로 묵묵히 책을 읽는 그 상황 자체가 반골기질을 뽐내고 싶어 하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내겐 묘한 쾌감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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