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 ㅣ 정서연 ㅣ 21세기북스
누구나 좋아하는 그림 하나쯤은 있다. 미술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그 그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오고 가며 아주 잠깐 스치듯 보더라도 보고 나면 괜히 마음이 푸근해지고 편안해지는 그런 그림 말이다. 누가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그 그림이 어떤 의미를 전하는지는 몰라도 보면 마냥 좋은 그림. 그래서 자꾸만 보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 난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따라 몹시 큰 편차가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까운 곳에 미술관이 있는지 굳이 방문하지 않더라도 한 번 정도 찾아보는 것도 무료한 일상에 아주 작은 활력소가 될 것만 같다. 최근 들어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전시는 수시로 자주 열린다. 아주 가끔은 일상이란 두 팔로 미술을 끌어안는 일도 좋을 것이다.
대부분이 아는 미술은 말 그대로 그림이다. 당시의 풍경을 그린다거나 매혹적인 누군가를 그린 그림이다. 원근감이 무시된 그림도 있고 그 유명한 피카소의 그림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구성도 있다. 평면의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 미술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미술이 존재한다.
이른바 '현대미술'이라 칭하는 그것은 때때로 몹시 난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콘텐츠로 표현된다.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나조차도 현대미술이라고 말하는 무언가를 스스로 발걸음을 옮겨 즐긴 적은 인생을 통틀어 거의 없다. 빚진 건 아니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에 이번엔 현대미술에 대한 책을 손에 쥐었다. 제목부터가 너무 적나라하고 노골적이라 이 책으로나마 현대미술에 대해 이해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열두 개의 장르로 열거한 저자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즐거웠다. 더욱이 QR코드로 연계되는 설명의 확장성은 바로 지금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친절함이다. 평면으로 담아낼 수 없는 작품을 어찌 책에 담겠냔 말이다. 책을 읽다가 휴대폰을 꺼냈다가 작품을 보다가 다시 책을 읽는 과정이 전혀 수고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미술은 내게 어려운 영역이란 사실을 체감했다.
앤디 워홀, 폴록, 뒤샹, 백남준처럼 조금은 익숙한 이름도 등장한다. 무한대에 가깝도록 반복되는 행위, 음란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표현들도 등장한다. 읽다 보면 이해가 돼서 고개를 끄덕이지만 조금 지나서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로 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느껴진다.
고전미술이든 현대미술이든지 간에 결국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예술일 것이다. 더 이상 평면으로는 표현하기 싫은 어느 작가의 메시지가 현대미술이란 장르를 통해 표현될 뿐이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여러 차례 곱씹고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 풍덩하고 빠져들지도 모른다.
첫 만남에서 '이게 무슨 그림이야?'라고 느꼈던 고흐의 작품들이 지금 내 안에서 일렁이듯. '그래서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데?'라고 느꼈던 피카소의 작품들처럼... 오래 봐야 자세히 보이고 또 오래 봐야 좋아하게 된다는 말이 현대미술에도 이어질 것이다.
정말 모르겠다고 고백하면서도 궁금하다면, 그래서 현대미술이 어떤 건지 미술관에 가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보자. QR코드를 위한 스마트폰도 준비물이고,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을 수용할 여유 있는 마음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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