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s Jazz Club
뉴욕의 여름밤의 온도는 차갑고 제법 서늘했으며 그 뜨거운 열기는 나를 집어삼켰다
뉴욕의 여름밤은 문득 재즈가 듣고 싶었다. 혼자 걷고 싶었고 제법 상쾌했으며 재즈음악소리가 목말랐다.
나는 혼자고 혼자라 더 좋은 뉴욕의 여름밤에서 나는 멈춰있다.
예쁜 장미꽃 모양 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 걸어본다.
뉴욕 냄새가 나는 밤하늘, 낯선 눈빛들.. 긴장된다.
장미꽃 아이스크림은 달다.
그치만 뉴욕은 결코 달지 않다.
뉴욕의 한여름밤의 길거리 풍경..
코앞에서 마약을 넣은 주삿바늘을 스스로 팔뚝에 꽂는 백인 사나이와 눈이 마주친다.
필로폰일까?
펜타일일까?
대마초 냄새가 피어오른다.
조금도 멈추지 않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보아도 못 본 척 딴청 해버리는 나..’
혼자 그리니치빌리지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탄다.
짧은 스커트 탓인지 앞 좌석 백인 남자가 내 다리만 쳐다본다. 정확히 내 다리 사이와 스커트 사이만 바라본다. 치마 속을 보려고 각도까지 조절하며 고개를 움직인다. ‘애쓴다’
그의 표정을 훔쳐봤다. 입모양이 wow였다.
하..... 뭐 이게 너무 많이 당해서 아무렇지 않다.
내 다리 사이를 보며 무슨 상상을 하는 걸까?
괜히 한여름 밤에 짧은 미니드레스를 입은 걸 후회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로컬 백인 남자 무리의 뜨겁고 지대한 관심과 함께 뉴욕 지하철은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지하철은 빠르게 공간을 이동한다.
Greenwich Village에 도착, 맨해튼의 미드타운과는 다르게 좀 더 로컬적이며 본토 사람들이 뉴욕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혼자인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말소리를 내고 있었다.
혼자 걷는 그리니치 빌리지는 미세한 긴장과 해가진 뉴욕 하늘의 푸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푸르다. 파블로 피카소의 청색 시대만큼 우울하며 푸르다. 이것이 오늘의 내 기분 같다.
오늘 내 기분은 1881년 청색시대,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난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이 떠오르는 순간
뉴욕의 한여름의 내 기분은 정확히 청색시대
그때 나는 귓가에 재즈 음악 소리가 쳐들어 왔다. 스멀스멀 다가온 게 아니다.
그냥 쳐들어 왔다.
진하게 밀려오는 와인냄새
트럼펫소리와 콘트라베이스의 선율들
청색의 내 마음속에 마구 쳐들어온 것들.....
발걸음을 멈췄다.
언젠가 영화에서 주인공 아버지의 소원이 뉴욕의 어느 한 재즈바에서 High society의 공연을 보는 것이라 말한다.
그 영화를 본 이후 뉴욕, 재즈, High society
이 단어만 깊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버렸다.
뉴욕의 수많은 재즈 공연 중 High society는 무언가 특별할 것만 같았다. 죽기 전 꼭 보고 싶다는 그 대사가 머릿속에 늘 맴돌았다.
High society
상류 사회
뉴욕에서 High society를 찾고 찾았다.
내가 왜 High society를 찾고 있을까? 단지, 영화의 스치는 대사 한마디였을 뿐인데, 뉴욕과 재즈 그리고 High society에 대한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 재즈, High society 단지, 이 세 글자가 재즈에 관한 내 상식의 전부다. 그치만 더 알고 싶은 목마름에 그들을 찾고 찾는 중이다.
나는 뉴욕의 여러 재즈바를 찾아보다가 버드랜드라는 재즈바를 알게 되었다. 똑같은 그룹의 명칭은 아니지만 재즈 그룹 이름에 High society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정말 High society였을까? 전설의 High society
여러 음원들이 발견되다 보니 진짜 High society를 찾지는 못했다. 아마도 특정 그룹이 아닌 그 시대적 흐름이라 생각해도 될 것 같다.
High society가 지배하던 세상이 눈앞에 그려지는 기분이다.
재즈를 듣는 High society 나도 그런 세상을 만나고 싶어졌다. 진짜 상류 사회 말이다.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우연히 한 작은 재즈바를 만났다.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지만 살짝만 스쳐 지나가도 여러 악기 소리들이 들려왔다. 무언가 기분 좋은 음악의 흐름이 느껴졌다. 가게 앞에 서있는 웨이터에게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9시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예약을 하고 20분 정도를 서서 기다렸다.
늦은 시각 그리니치빌리지에 혼자라는 사실은 조금 떨렸다. 수많은 로컬들이 저녁식사, 음악과 술을 즐기는 곳이지만 곳곳에 마약을 하고 있는 게이, 트랜스젠더로 보이는 분들이 많아 괜스레 긴장되었다.
재즈바 앞에서 만난 트랜스젠더 분이 나를 의식한다.
“너 그 드레스 이쁘네!” 흑인 트랜스젠더가 말을 건다.
“고마워”
뉴욕의 재즈 문화는 상당히 대중적이다. 미성년자도 입장이 가능하며 주류판매만 하지 않는다. 어린아이, 청소년, 남녀노소 상관없이 언제든 쉽게 접하며 뉴욕물가 대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Jazz는 영화보다 친숙한 뉴욕의 대중문화인 것이다.
아주 작은 공간에 악기 소리들이 울려 퍼지는 작은 재즈바다. 처음엔 너무 협소해서 좀 놀랐다. 협소한 라이브공연장은 많이 가보았지만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작은 곳이었다. 너무나 협소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협소한 공연장은 악기가 내 코앞에서 연주된다. 나도 함께 연주하는 기분이 들만큼 생생하다.
나는 마림바, 콘트라베이스, 드럼에 빠져든다.
작은 라이브 공연장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홍대에서도, 일본에서도 자주 음악을 들으러 다닌다.
일본에서 한 가수는 나를 ‘신주쿠! “라 불렀다. 난 당시 마담유리라는 닉네임을 써서 나를 마담이라고도 부른 기억이 났다. 난 사실 마드모아젤이다.
작은 공연장은 공연자와 관객이 하나가 될 만큼 가까워진다.
나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내가 주문한 로즈와인을 웨이터가 건넨다. 영롱하고 예쁘게 빛나는 분홍빛
재즈도 분홍빛으로 빛을 내며 취하게 만든다. 재즈와 와인에 취하며 재즈의 흐름을 탄다.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한 작은 재즈바,
Smalls Jazz club
음악은 Smalls 하지 않았다.
이 공간에서 악기들과 대화하며 그렇게 뉴욕의 한여름밤에 취했다.
EMERGING ARTIST HANSEOYUL
한서율.
연재 요일 무시하고 그냥 계속 연재해요.
저는 현재 에세이와 소설 출간 준비 중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틈틈이 브런치에도 글을 써요.
뉴욕의 생생함을 남기고 싶어서 떠오르면 언제든 브런치를 켜서 작성 중입니다.
‘혼잣말 같은 이야기지만 누군가는 읽어주시네요.’
제가 댓글 소통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 글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음에도 제 글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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