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서율 Sep 24. 2024

[조연탐구] 벌새, 김새벽, 우리들의 성장통

    소설 속 조연 탐구

비현실적인 주인공 곁에는 현실성을 반영하는 조연들 이 있다. 모두가 주연에 집중할 때, 나는 색다른 시선으로 조연들을 바라본다. 영화든 소설이든 조연 캐릭터 터는 극을 이끌기도 극의 새로운 맛을 넣기도 하며 관 객을 긴장시킨다. 누군가는 기억도 못 할 그 조연, 나 는 조연에 집중한다.


벌새


 우리들의 성장통, 독립영화,

김보라 감독


우리는 많이 아팠고, 성장했다.

우리는 반짝였다. 아팠지만 분명 그시절은 반짝이며 그렇게 성장했다.

.

한국 독립 영화 중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가장 좋아한다.  나의 다른 글에 보면 벌새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영화 같다. 아주 평범하게 사는 중학교 2학년 은희(박지후배우)의 이야기인데 사실 평범하지 않은 아픈 성장통을 머금은 영화이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 같은 영화다. 영화 내내 마음이 너무 저렸고 아팠다.


  1994년 서울 대치동, 중학교 2학년 은희네는 부모님은 떡집은 운영하신다. 툭하면 은희를 때리는 오빠와 조금은 삐딱선을 타는 언니, 유일한 친구 지숙, 남자친구인 지완, 그리고 한문학원 선생님 김영지 (김새벽배우)의 이야기이다.

은희의 시점에서 주변인물을 보는 것도 참 좋다. 은희가 여러분(윤복희) ost가 나오며 답답한 마음을 몸을 막 흔들며 온 집안을 뛰어다니는 장면도 마음이 저리다.


사실 은희는 나의 윗세 대다. 나는 1994년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근데 나는 왜 이영화가 공감되는 걸까?

누구나 그렇듯 나와 은희처럼 사춘기를 겪었다. 것도 아주 심하게. 벌새를 본 이후 윤복희의 여러분을 들으면 눈물이 쏟아진다. 그때의 성장통은 참 아팠다.

은희는 나에 비하면 굉장히 모범적인 아이다. 나의 성장통, 사춘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벌새라는 영화를 참 사랑한다. 김보라 감독의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 책을 읽고 감독님에 대해, 그리고 벌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감독님의 영화라 더욱 좋다.

내가 가장 힘든 건 중2 은희와 동갑일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거다. 그때의 성장통을 다시 꺼내준 영화가 벌새다.


김새벽 배우

마음 둘 곳이 없는 은희에게 다가온 한문학원 김영지 선생님, 김영지 선생님은 마음 둘 곳 없는 은희의 마음을 교류하는 사람이다. 은희 곁의 어른들과는 다르게 한문선생님은 이상하게 친구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 둘은 묘한 교감을 하게 된다. 학교 선생님과는 다르게 한문학원의 김영지 선생님 과의 대화는 뭔가 와닿고 통하는 기분이 처음 든다.


김새벽 Saebyuk kim, 한국의 배우,

2020년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조연상(벌새)


정말 멋진 배우님, 벌새를 보고 인상이 너무 깊어 언젠가 조연탐구하기 주인공으로 써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백상예술대상의 여자조연상 정말 축하드립니다. 배우님.


벌새는 은희, 나의 이야기 이면서도 선생님 김영지를 나로 느낀 영화이기도 합니다.


한문교사 김영지(김새벽배우)는 은희와의 다양한 소통을 통해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나누기도 하며 은희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은희의 성장기에는 김영지가 필요했죠. 저에게도 이런 좋은 선생님이 계셨으면 사춘기 시기가 덜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영지와 은희는 대략 10살 차이(예상)겠지만, 정신적 교류가 가능했고 서로의 세계에 영향을 주었다.


인물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영화 속 대사를 아래와 같다.


은희 :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 있으세요?

영지 : 응, 많아. 아주 아주 많아.

은희: 그렇게 좋은 대학에 다니시는 데도요?


영지: 자기를 좋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


아, 그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져.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손가락 움직임처럼 아무리 하찮고 작은 일도 소중한 거야. 난 소중한 사람이야.


영지 : 은희야.

영지 네?

이제 맞지 마

누구라도 널 때리면, 어떻게든 맞서 싸워. 절대로 가만있지 마.

알겠지?

은희 : 네


약속해.


은희는 영지의 말 한마디에 스스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은희 : 선생님, 여기 사는 사람들은 왜 현수막을 거는 거예요?

영지 : 집을 안 뺏기려고 그러는 거야.

은희 : 남의 집을 왜 뺏어요?

영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지?

은희 : 불쌍해요. 집도 추울 것 같은데

영지 : 그래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마

은희 : 네?


영지 : 함부로 동정할 수 없어. 알 수 없잖아.


영지의 함부로 동정하지 않는 시선과 연민을 대하는 태도가 멋지다.



1994년 김영지 선생님은 성수대교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과 은희는 마주하게 된다. 나와 소통했던 멋진 선생님을 잃고 또 아파하고 커다란 성장통을 겪는 은희,

그리고 그렇게 떠나간 선생님 역을 멋지게 소화해 낸 김새벽 배우의 연기와 벌새라는 영화에 존경심을 표합니다.  정말 많은 부분들이 와닿고 아팠으며 지금도 성장하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된 영화입니다.


<은희가 아닌 내가 김영지 선생님에게 드리는 편지>


김영지 선생님.

그 시절 나에게 따뜻하게 손내밀어줘서 고마워요.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어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고

지킬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

선생님의 세상을 바라 보는 태도, 배우고 싶었어요.

그곳을 어떤가요?

이제 괜찮아 지셨을까요?

어쩌면 제가 안 괜찮아 여쭤보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다 커서 무너져버린 그 성수대교를 운전하며 달리고 있어요.

이 다리위를 운전하기 까지 아팠고 힘들었던 성장통의 시간들이 저를 성숙하게 만든 것 같아요.

너무 아프지만, 선생님을 이제 그만 놓아줄께요.

부디 행복하게

그리고 잊지 않을 거예요.


-한서율 작가 드림-





한국 독립영화의 보석 같은 영화




영화 벌새 속  음악 윤복희, 여러분

저는 영화속 은희가 여러분 노래 배경에 거실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고 너무 울어 영화를 감상할 수 없을 만큼 아팠어요. 저는 은희와 세대는 다르지만, 그시절의 성장통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중2 그때의 내가 떠올라 참 힘들었던 영화입니다. 극중 딱한번 배경음악으로 나온 윤복희, 여러분을 추천합니다.

https://youtu.be/So7HF77sOy8?si=JRJrNJzNV-yTzWTo




-한서율 작가


이전 07화 단역, 엑스트라 탐구, 피사체 바깥에 집중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