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잡지 6. 클럽게이트(2) 강남지하
한서율 장편소설
이 시대 젊은이들은 "청춘"이라는 말이 적용될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어렵다.
-이창동 감독, 버닝-
결코, 아름답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
“표현잡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가득 모아 표현잡지에 넣고 싶어.
나 한여름,
사실 진짜 생각해 보면 나라는 사람이 결핍이 있을까?
상처가 있을까?
상처나 결핍도 뭔가 대단한 사람들의 전유물 같아.
난 사실 진짜 평범하고 평범한 애거든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설정은 가상입니다.
등장인물 : 1인칭 화자 - 한여름, 97년생, 서울 4년제 대학졸업, 대학원생, 서울 거주, 작가 지망생, 자유로운 여행가, N잡러, 하기 싫은 일도 잘하는 사람, 예술 결핍러, 외톨이, INTP, 예술가병
최재림- 96년생, 뉴욕 거주, 가수지망생, H엔터테인먼트 연습생, N잡러, 한여름의 초등학교 동창, 13살에 뉴욕으로 이민함, 발라드와 힙합을 넘나 든다. 제2의 박재범이 목표, 예술가병
멜론머스크-한여름의 내적 친구, 마음속 AI
조감독-한여름의 정신적 조언자, 칸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자, 세계적인 감독, 카페친구
그 외 정보 없음, 찐 예술가
강은지-한여름의 대학원 친구, 20대 초반에 결혼함, 연년생 엄마, 생활력 강함, 한여름에게 현실적 조언
좌우명 : '예술이 밥 먹여주니?'
대학원 교수님- 00여 대의 유일한 남자교수님, 하버드출신, 교수님 수업을 듣는 이유 : 성적을 잘 줘서!
구유미 - 걸그룹 Jin멤버
래원오빠(Zero)- 아프리카 남캠, 코카인 댄스로 알려짐,
아라-클럽게이트 피해자, 한여름의 대학교 동기
표현잡지- 6. 클럽 게이트(1) 강남지하
(이 소설은 이슈의 클럽 사건을 모티브로 하지만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픽션임을 밝힙니다.)
응급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은지였다. 아라가 지금 많이 아파.
어느 병원이야?
'세브란스'
나는 다급히 집을 나섰다.
머릿속에 수천 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어느 날 강남역의 하얀 팬티, 하얀 브래지어 단발머리 여자가 떠올랐다.
'아무 일 없겠지..'
사실 심장이 멈출 만큼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운전대를 잡았다.
내가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 건 정확히 새벽 3시 반쯤이다. 강남역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아 이리저리 여러 어플을 살펴보았지만 택시가 없었다. 아무래도 집이 너무 가까워서 인 것 같다. 강남역에서 집을 찍었을 때 택시잡기에 성공해 본 기억이 없다.
택시들은 장거리, 최소 강북을 넘어가는 거리를 원하지 코앞의 서초동에서 부른 콜을 아무도 받지 않았다. 나는 그냥, 걸었다. 감기 기운이 심했고 아라와 은지가 걱정이 되었긴 하지만, 그냥 집에 들어가 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뚜벅뚜벅 걸어본다. 카디건을 꺼내 노출된 어깨를 가린다.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가을이 오고 있나 보다.
새벽 3시의 클럽은 대낮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이내 한적해진다. 지나가는 택시들은 총알의 속도로 달렸다. 혹시나 빈택시가 있을까 봐 조금 쳐다봤지만, 모두 만석이다.
강남의 불빛들이 사라질 때쯤 집에 도착했다.
조금 전엔 클럽의 시끄러운 조명과 사람들 목소리, 그리고 내 귀에 크게 박히던 음악 소리들은 이제 잊혀가는 듯하다. 집은 적막하고 조용했으며 캄캄하다.
목이 말라 생수를 한잔 냉장고에서 꺼내 마신다.
빠르게 화장을 지우고 샤워를 하고 누웠다. 머리 말리는 건 힘들어서 말아 올렸다. 아라와 은지는 잘 놀고 있을까? 휴대전화는 보지 않았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클럽의 음악소리는 시끄러웠고 비트들은 내 귀를 때렸다.
사람들은 무언가 홀린 듯이 들떠있었다. 여자들은 더 짧게 더 야하게 더 아찔하게 자신을 어필했다.
남자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조금 웃긴 패션들도 보였다.
나는 남자들 패션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재각각의 스타일들이 여자보다 편차가 심하다.
그들의 패션은 모두 다르지만 본능을 내비치지는 눈동자는 같았다. 짐승 처럼 빛이 반사되는 눈동자는 이내 여성의 신체 주요부위에 닿는다.
유명 남자가수의 디제잉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여자애들은 그들에게 관심받고 싶어 했다.
유명한 남자가수들이 관심 가져주면 본인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들의 눈에 띄려는 몸짓과 행동을 대놓고 하는 여자애들도 많았다.
우리는 남자를 만나러 클럽게 오지 않았다.
조금은 웃기는 소리 일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그냥 새로운 클럽이라 경험해보고 싶었고 아라의 생일이기도 했으며 우리끼리 놀고 싶어서다. 그리고 은지는 아주 일찍 결혼도 한 유부녀이다.
남자들이 나를 쳐다보고 말을 걸고 침을 흘리는 건 일상적인 일이다. 누군가 내 이름을 물어보면 잘 대답해 주지 않거나 대충 거짓으로 둘러댄다. 내 이름은 성도 이름도 특이한 편이라 사람들이 매우 잘 기억한다.
여름, Summer라고 말하면 너무 오래 기억하고 인스타에서도 날 금방 찾기에 그때, 그때 마음에 드는 가명을 말한다.
나는 아라와 은지와 대화했다. 다가오는 남자들을 계속 무시하면서 말이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종종 술을 권했고 그들은 사냥감을 찾듯이 술잔을 들고 다녔다.
아주 번지르르한 말과 함께 어떻게든 여자이기만 하면 들이대었다.
위스키 한두 잔에 여자들은 고꾸라졌다. 남자들은 챙겨주는 척 여자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걸 목격했다.
남자들의 술잔을 깔끔히 뿌리치자 기분 나쁜 시선도 많이 받았다.
위스키 한두 잔에 쓰러져?
뭐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표현하는 사람들,
표현 안 하면 미치는 사람들,
그들을 예술가라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