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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Dec 11. 2023

누구의 딸도 아닌, 서율

때론, 나를 가두는 수식어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다.


우연히 만난 남자랑 하룻밤 잤다고 가벼운 여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래 사귄 남자랑 헤어졌다고 가여운 여자도 아니며 마음을 진솔히 내비치는 여자라 해서 순진한 여자도 아니다. 바람둥이의 요망한 혀놀림에 속아주는 여자라 해서 뻔한 여자도 아니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요조숙녀인척해도 순수한 여자가 아니다. 한번 웃어줬다고  병신같이 구는 녀석에게 다정한 여자도 아니다.

발칙하지만 청순한척하며  따뜻하지만 냉정한척 비웃기도 한다.


나는 나이기에 어떤 수식어'도' 될 수 있고 어떤 관용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내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를 '후'하고 불면 '하'하며 흩어져버리는 것처럼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형용어로 부를 때 확정 짓는 명사가 되어 돌아올 때도 나는 그것들을 모두'후'하며 날려버린다.


『한정하는』 수식어에 갇히지 말 것,

움켜진 명제에 규정되지 말 것,

나는 그것들에 진한 염증을 느낀다.


통속적인 것들, 그리고 그것들로 부터의 해방.


그냥 너에게 그냥 나는 그런 '나'이고 싶다.


수식어(修飾語)
뒤에 오는 말을 수식하거나 한정하기 위하여 첨가하는 관형사와 부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활용은 하지 않는다. 표현을 아름답고 강렬하게 또는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꾸미는 말.        


그런 나를 명징하며 살아가기엔 나로서 살아갈 시간도 부족하기에


오늘도 나는 그냥 '나' 로 살아간다.





‘후’하고 불면 ‘하’하며 흩어져 버리는 민들레홀씨처럼 언어도 틀에서 날려버리자.

누구의 딸도 아닌 서율.

누구의 여자도 아닌 서율.










*제목은 홍상수/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영화에서 인용

*사진 출처 영화 벌새

*사진 피드에 문제가 있을 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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