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누구나 싫은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싫어하는 사람 중에서는 이유가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다. 나는 한 번 싫어진 사람은 평생 싫어하겠다는 쪽이라 싫어진 사람이 다시 좋아진 경우는 없다. 싫은 사람과 잘해보기 위해 나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큰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럴 에너지로 좋아하는 사람과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보니까.
문제는 '그냥 싫은 사람들' 쪽이다. 자신이 왜 싫음을 당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 내겐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나조차 그들이 왜 싫은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나 취미를 갖고 있어서 일수도 있고, 외모나 말투가 내가 싫어하는 유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아무런 해악도 끼치지 않고, 심지어 나를 잘 배려해 줌에도 싫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 자체가 싫으니까 그 사람에 내게 잘해주는 모든 것들도 위선으로 다가왔다.
이런 '그냥 싫은 사람들'과 한 번 부딪히면 그 싫음은 심증에서 확증으로 바뀐다.
"사람 괜찮던데 왜 싫어하는 거야?"
라고 물어올 때마다 거기에 설명할 이유가 없다. 그냥 싫다는데, 사람은 그냥 싫으면 안 되는 건가. 지구의 인구가 81억이 넘어간 현재, 내가 그냥 싫어할 사람 하나 있는 게 그렇게도 이상한 것일까.
저 사람은 보고만 있어도 좋다, 저 사람은 같이 있기만 해도 좋다, 처럼 그냥 좋은 사람이 있는 만큼 저 사람 그냥 싫은데,라는 사람도 있는 걸 당연하게 여겨주면 좋겠다.
나의 내면에 형성된 어떤 성격과 기질과 학습된 무언가들이 상대방의 존재와 전적으로 안 맞을 수도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