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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근주 Nov 02. 2024

안온한 관찰자

11. 누구나 싫은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싫어하는 사람 중에서는 이유가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다. 나는 한 번 싫어진 사람은 평생 싫어하겠다는 쪽이라 싫어진 사람이 다시 좋아진 경우는 없다. 싫은 사람과 잘해보기 위해 나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큰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럴 에너지로 좋아하는 사람과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보니까.

 문제는 '그냥 싫은 사람들' 쪽이다. 자신이 왜 싫음을 당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 내겐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나조차 그들이 왜 싫은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나 취미를 갖고 있어서 일수도 있고, 외모나 말투가 내가 싫어하는 유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아무런 해악도 끼치지 않고, 심지어 나를 잘 배려해 줌에도 싫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 자체가 싫으니까 그 사람에 내게 잘해주는 모든 것들도 위선으로 다가왔다.

 이런 '그냥 싫은 사람들'과 한 번 부딪히면 그 싫음은 심증에서 확증으로 바뀐다.


 "사람 괜찮던데 왜 싫어하는 거야?"


 라고 물어올 때마다 거기에 설명할 이유가 없다. 그냥 싫다는데, 사람은 그냥 싫으면 안 되는 건가. 지구의 인구가 81억이 넘어간 현재, 내가 그냥 싫어할 사람 하나 있는 게 그렇게도 이상한 것일까.

 저 사람은 보고만 있어도 좋다, 저 사람은 같이 있기만 해도 좋다, 처럼 그냥 좋은 사람이 있는 만큼 저 사람 그냥 싫은데,라는 사람도 있는 걸 당연하게 여겨주면 좋겠다.

 나의 내면에 형성된 어떤 성격과 기질과 학습된 무언가들이 상대방의 존재와 전적으로 안 맞을 수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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