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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RI

Chapter Ⅰ

   평일 오후 4시쯤이면 대학병원에서는 거의 진료를 마무리할 즈음인데, 나는 화요일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조금 전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에서 했던 상황이 똑같이 반복됐다. 그러자 응급실에서 안과 교수님 진료를 잡아주었고, 눈 검사와 관련된 여러 검사를 몇 시간에 걸쳐서 진행했다. 오후 7시가 넘어섰을 즈음 안과 교수님의 소견을 듣게 되었는데, 눈에 이상이 있다기보다는 시신경에 이상이 있는 듯하여 뇌 mri를 찍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고, 뇌는 신경과 소견이기 때문에 신경과와 안과가 협진해서 진료하겠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뇌 mri는 지금 예약 환자들이 있어서 오늘 중으로 찍긴 힘들 것 같고 응급실에 입원해 있다가 내일 찍어야 될 것 같다고 안과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엄마는 안과 교수님한테 한시라도 빨리 검사를 받고 싶은데 돈이 얼마가 들어도 괜찮으니 오늘 중으로 mri를 찍게 해 달라고 부탁드리자 교수님은 오늘 밤 10시에 찍는 걸로 예약 잡아 주겠다고 하셨다.


   mri 검사를 받기 전까지 나는 몇 시간 동안 응급실에 누워 있었는데, 밤이 깊어갈수록 응급실은 전쟁터와 같았다. 옆자리에서는 비명이 들려왔고, 앞에서는 피투성이인 사람이 실려와서 발작을 하는 상황을 나는 한쪽 눈으로 보면서 두려웠다.      


   뇌 mri 검사를 하고 다시 응급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신경과 의사가 와서 본인이 응급실에서 나의 주치의라고 소개하고는 지금 뇌척수액을 채취해서 검사해야 된다고 했다. 이 검사는 척추에 굵은 바늘을 꽂아놓고 한 시간 동안 가만히 있어야 했다. 뇌척수액을 채취한 후에는 바로 움직이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해서 꼼짝도 하지 못 한 채로 여섯 시간 동안 가만히 누워 있어야 했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그다음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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