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 무의식적으로 발길이 닿은 그곳

Chapter Ⅰ

   안과 병원에서 받은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무작정 향한 곳은 그날 논문 발표를 해야 되는 경북대학교였다. 학교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보이는 다른 한쪽 눈으로 아까 병원에서 받아왔던 진료의뢰서의 의학용어를 억지로 한 자씩 읽어 내려갔다. 다 영어로 적혀 있는 의학용어라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니 '급성'과 '시신경'이었다. 무슨 말인지 가늠도 안 되었고, 그저 나는 지하철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눈물만 계속 흘렸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로 환승하고 학교로 가는 길에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너무 많이 울어서 목소리가 좋지 않아 전화를 잠시 동안 받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전화를 받아서 부모님의 물음에 나는 아주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나: 여보세요.

  엄마: 병원에서 뭐래?

  나: 진료의뢰서인지 뭔지 그거 주면서 큰 병원 가보래.

  엄마: 너 지금 어딘데?

  나: 나 지금 학교 가고 있어. 오늘 논문 발표 해야 돼서.

  엄마: 지금 논문 발표가 문제야? 너 대학원 학위 안 받아도 되니까 지금 당장 병원 가자.

  나: 안 돼, 나 졸업해야 돼.     

  엄마: 일단 전화 끊어봐.


   엄마와의 전화를 끊고 나는 학교에 도착하게 되었다. 학교 앞 복사집에서 논문 심사 발표용 PPT를 인쇄하고 테이핑 하던 중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나: 여보세요.

  아빠: 너 지도교수님 전화번호 지금 아빠한테 보내라.

  나: 네.     

   

   아빠한테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나: 여보세요.

  아빠: 아빠가 너 지도교수님이랑 방금 통화했는데 네가 지금 교수님한테 전화를 해달라하시더라. 지금 전화해 봐.

  나: 네.     

  나: 교수님 저 모진영입니다.

  교수님: 몸이 그렇게 됐는데 논문 발표가 웬 말이야? 내가 지금 심사위원 교수님들한테 발표 미루자고 말할 테니까 오늘 학교 오지 말고 병원 가요 알겠지?

  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과 통화 후에 나는 다시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나: 지도교수님이랑 통화했는데 논문 발표 미뤄준다 하셨어. 나 지금 병원 갈게.

  아빠: 엄마도 지금 병원으로 간다니까... 음.... 병원 어디로 가야 되냐... 하... 참... 아이고... 일단 네가 지금 학교에 있다 했으니까 너네 학교 병원으로 가 봐. 택시 타고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먼저 가서 네 상태를 말해. 엄마한테도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지금 가라고 할게.

  나: 네.     

  

   아빠와 통화를 끝내고 나는 조금 전까지 논문 발표용 ppt 인쇄물을 테이핑 하던 걸 급하게 챙겨서 택시를 타고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리고 응급실 문 앞에는 이미 엄마가 기다리고 계셨다.     

이전 01화 (1) 암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