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6) 끔찍했던 1년

Chapter Ⅱ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다가 6학년에 진학할 무렵에 나는 피아노를 그만 배우게 됐다. 계속 어려운 곡을 배우고 연습하니까 피아노 연습하는 게 갑자기 버겁고 싫게 느껴졌다. 그래서 배우는 건 멈추고 집에서 혼자 가끔씩 연습했었다.


   그러다 6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고, 여태까지 나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먼저 처음 보는 친구들한테 말 걸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이 생길 것이라 기대했다. 한 달가량 같은 반 아이들과 비교적 원만히 지냈다. 이제 나의 새로운 친구가 생길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그 이후부터 나의 생각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상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 나와 이야기했던 아이들은 서서히 나를 멀리하고, 무리 지어서 수군거리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자 남자아이들은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나의 불편한 모습을 흉내 내며 놀리고 때렸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이야기하고 같이 집에 갔던 여자 아이들도 나를 멀리했다. 내가 먼저 말 걸면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멀리했다. 내가 같은 반 아이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쳐다보지 못하게 했다. 내가 걸어가다가 아이들 물건에 내 몸이 닿게 되면 병신한테 닿았다며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물건을 손으로 먼지 털어내듯이 행동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에 가는 게 나는 버겁고 무서워졌다. 아침이면 학교에 가야 된다는 게 너무 싫고 무서워서 매일 밤 잠들기 전 누워서 울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그러다 내가 기다렸던 여름방학이 오게 되었다. 나는 1학기 내내 여름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그때까지 부모님께 이런 사실을 전혀 말씀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개학이 가까워올수록 나는 학교에 가야 된다는 게 싫은 거 이상으로 두려워졌다. 개학이 하루씩 더 가까워질수록 학교에 가야 된다는 사실이 나를 점점 더 옭아맸다.

 

   개학 하루 전날 밤 잠을 자야 될 시간이 왔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서 나는 괴롭힘을 당한 지 반년만에 개학 하루 전날 늦은 밤 부모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부모님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다. 내 방과 부모님 방 사이의 불 꺼진 짧은 거리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다가 용기를 내서 나는 캄캄한 부모님 방으로 들어갔고, 주무시는 엄마를 깨웠다.      


  나:  엄마 일어나 봐... 엄마 일어나 봐...

  엄마:  왜? 방에 가서 빨리 자

  나: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나 학교 가기 싫어... (이 말을 하는데 울음이 터져버렸다. 그러다 아빠가 방에 불을 켜셨고 부모님은 내가 다 울 때까지 기다리셨다. 그리고 왜 학교에 가기 싫은 건지 나에게 물어보셨다.)

  엄마:  왜 가기 싫은데?

  나:  애들이 나 때려. 나 몸 불편하다고 매일 놀리고 때리고 내가 몸 불편하다고 애들 물건에 내 몸이 닿는 것도 싫어하고... 애들 물건에 내 몸 절대 닿지 말래...

  엄마:  그럼 선생님은? 선생님은 이런 거 아셔?

  나:  선생님이 볼 때는 애들이 때리지는 않는데 선생님 안 보이는데서는 때려. 근데 선생님도 아시는 거 같은데 애들한테 하지 마라는 말 안 하는 거 같아... 학교 가기 싫어...

  엄마:  언제부터 그랬는데?

  나:  1학기때부터 그랬어.

  엄마:  그런데 왜 이제야 말해?

  나:  말하기 싫었어. 엄마 아빠 슬플까 봐...

  아빠:  누가 많이 괴롭히는데?

  나:  다들 괴롭혀.

  아빠:  특별히 많이 괴롭히는 애들 이름은 뭐야?


   그때 나는 울면서 나를 괴롭히고 때리면서 놀린 애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말했고, 그 이름들을 들을 때마다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에 한 자씩 받아 적으셨다. 그날 이후 엄마는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했지만, 그때 담임선생님은 엄마랑 이야기한 이후에도 반 아이들한테 나를 괴롭히는 것을 제재하거나 훈계하지 않았다.


   괴롭힘은 6학년 2학기가 끝나는 날까지 지속되었다. 어렸던 나는 하루하루 시간이 가기만을 바랐다. 나에겐 너무나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2001학년도가 끝나면서 다행히 중학교는 내가 원했던 여중으로 배정을 받게 되었다.


이전 16화 (5) 보물이 생겼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