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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보물이 생겼다.

Chapter Ⅱ 

   일곱 살부터 나는 유치원에 다녔다. 그때 나는 걸을 때 불편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고, 지금은 인지는 하고 있지만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불편하게 보이는지 스스로는 잘 모른다.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 이상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유치원에 다니기 전에 엄마 손을 잡고 여러 유치원을 둘러봤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도 나는 엄마와 유치원 선생님이 하는 말을 옆에서 들으며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렇게 유치원을 몇 군데 전전하다가 한 곳에서 내가 다니는 것을 수락해 줘서 드디어 나도 유치원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일곱 살의 나는 그 유치원에 다니는 게 참 좋았다. 유치원에서 처음 경험 해 보는 게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멜로디언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멜로디언을 열심히 연주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멜로디언 연주할 때 찍은 사진을 나중에 집으로 보내준 걸 엄마가 보시고는 아빠랑 같이 이야기하시는 걸 나도 옆에서 듣게 되었다.


  엄마: 진영이 사진 좀 봐.

  아빠: 멜로디언 연주한 거네.

  엄마: 응, 그런데 손이 다른 애들이랑 좀 다른 거 같아.

  아빠: 응, 그 말 듣고서 다시 보니까 손 모양이 안 좋네.

  엄마: 진영이 피아노 학원을 보내면 어떨까?

  아빠: 그래도 되고, 당신이 생각해 보고 보낼 거면 보내봐.

  엄마: 응 알겠어.     


   이런 내용의 대화를 하시는 걸 들으면서 일곱 살의 나는 또 본능적으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다음날이 되어서 엄마는 나를 데리고 피아노 학원으로 갔다. 엄마는 학원 원장선생님과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셨다. 내가 뇌성마비 장애로 왼쪽 몸에 마비가 왔다는 점, 그래서 왼 손을 잘 못 쓴다는 점,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 왼 손을 좀 더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오게 됐다는 점... 이런 이야기를 나누셨다. 피아노 학원 원장선생님과 엄마의 오랜 대화 끝에 나는 그날부터 바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계속 피아노를 배워왔는데, 항상 피아노를 배우고 집으로 오면 피아노 책을 상에 펼쳐놓고 상 위에 손을 올려서 연습했다. 그 모습을 보신 엄마는 며칠 후 아빠랑 피아노를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그 주 주말에 부모님은 나랑 같이 피아노 매장으로 가서 새 피아노를 사 주셨다. 그때가 초등학교 1학년 여름이었고, 그때부터 피아노가 나의 보물이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에 사 주신 피아노 가격은 250만 원이었다. 그때 피아노 매장에 같이 가서 본 기억 중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아빠가 만 원권이 가득하게 봉투에 넣어 챙겨 가신 것과, 피아노 매장 사장님이 그 돈을 한 장씩 헤아릴 때마다 말하면서 250장을 헤아려 보신 것이다. 당시 8살인 나는 그렇게 큰돈은 처음 봐서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피아노의 금액보다 부모님이 나를 생각해 주셨던 마음이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컸는데, 그땐 부모님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그저 나의 피아노가 생겼다는 것에 좋아했었다.


여덟 살,

그땐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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