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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중학교

Chapter Ⅱ 

   초등학교 6학년, 그 악몽 같은 1년의 시간 동안 나는 늘 생각했다. 제발 중학교는 집 앞에 있는 여중으로 가게 해 달라고 늘 생각하고 기도했다. 적어도 여중에 가면 놀리거나 싫어하는 애들은 있을지언정, 나를 여태까지 때렸던 남자 애들은 없을 거니까... 맞는 게 너무 싫었다. 맞는 건 그렇다 쳐도, 발로 차일 때 나의 옷에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 건 너무 치욕스러웠다. 그리고 신발 자국이 남은 것을 집에 가기 전까지 지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 엄마가 신발 자국을 보면 속상해하실까 봐 그것만큼은 보이기 싫었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 다른 아이들은 다들 친구들끼리 사진 찍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사진을 같이 찍을 친구도, 이야기할 친구도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뒤에서 엄마가 바라보고 계신다는 게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그 순간이 싫었다. 빨리 그 순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졸업 후, 내가 1년 동안 바랐던 집 앞의 여중으로 배정받게 되었다. 너무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발로 차여서 나의 옷에 묻은 신발 자국을 지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의 머릿속은 가득 찼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작년 1년 동안 있었던 안 좋은 기억은 다 지우고, 정말 재미있게 잘 지내고 싶다는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비록 여자 아이들이 뒤에서 나의 불편한 몸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이 좋진 않았지만, 초등학교 6학년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며 애써 넘기려 했다.


   중학교에 다니던 3년 동안 같은 반 아이들이 나를 때리지 않아서 너무 행복했고, 나랑 함께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다. 중학교 1학년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나랑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 학교 수업이 끝나면 늘 같이 집으로 갔다. 작년과는 다르게 집으로 갈 때 나 혼자 가지 않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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