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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교

Chapter Ⅲ 

    5월에 공장 아르바이트 일당으로 받은 10만 원으로 6월 1학기 종강할 때까지 아껴 썼다. 2학기가 시작되기 전쯤 경북대학교 홈페이지에서 물리교육과 조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월급은 한 달에 30만 원이고, 일주일 중 이틀만 나가는 거였다.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는데, 근무 시간 중 내 수업이 있을 때는 수업 들으러 가면 되는 시스템이라서 학업에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지원했다.


   사실 제일 큰 지원 계기는 교통비와 식비라도 벌고자 지원했지만, 막상 면접 볼 때는 지원 계기에 대해서 대학원생이라면 한 번쯤은 조교 생활을 꼭 해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한 번쯤 조교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2013년 9월 첫째 주에 물리교육과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조교 면접 때 뵈었던 물리교육과 교직원 선생님과 사무실을 같이 쓰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교직원 선생님이 시키는 일을 도와드리는 것이었다. 학과 사무실에 내 책상이 있는 걸 보고 순간 내가 꼭 사무직 직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교직원 선생님은 나한테 삶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화가 나면 그 화를 바로 다 표출하기보다는 반만 드러내고 나머지 반은 다음날 다시 생각해서 마저 드러내던지 아니면 드러내지 말던지 결정하라"라고 해 주신 말이 인상 깊어서 아직 기억에 남는다.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서 모든 화를 다 쏟아부으면, 다음날 이성을 되찾고 다시 생각했을 때 어제 내가 왜 그랬을까 라는 후회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내가 조교 하면서 한 번도 화를 낸 적은 없는데 다시 생각했을 때  말씀은 꼭 화에만 적용하기보다는, 생을 살면서 다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로도 느껴졌다.


   사무실에서 일을 도와드릴 때도 교직원 선생님은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나중에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게 되면 서류들이 많이 쌓일 건데 대충 정리하면 책상이 지저분하게 보이고 서류 찾기도 힘들어지니 지금부터 미리 습관을 들인다 생각하면서 서류 정리를 깔끔하게 해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부재중이라서 전화를 당겨 받을 때는 항상 누가 어디에서 언제 어디로 연락을 해야 되는지까지 메모를 해서 전달하라고 하셨다. 이 또한 교사로서 근무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는데, 학교로 발령받은 후 실제로 전화를 당겨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메모를 정확히 하는 습관이 도움 되어서 한 번씩 교직원 선생님이 생각날 때가 있다.


   학생식당에서 점심 먹을 때 항상 교직원 선생님은 나의 밥까지 사 주셨다. 나는 계속 얻어먹기가 죄송해서 한 번은 내가 사 드리려고 하자, 지금은 학생이니까 살 생각 하지 마라고 하시며 한사코 거절하셨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의 조교 생활은 잘 마무리했고, 교사 발령을 받은 그 해 여름 방학 때 경북대학교로 찾아가서 교직원 선생님을 만나 뵙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지금도 조교 했을 때가 이따금씩 생각나면 참 좋은 어른을 알게 된 것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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