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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서운 버스

Chapter Ⅲ 

   여느 때처럼 대학원 수업을 끝마치고 밤 9시에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12월이라서 상당히 추웠고, 너나 할 거 없이 다들 두꺼운 외투로 몸을 감쌌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느낌을 한참 뒤에서야 직감하게 되었다. 어쩌면 여름이었어도 그때의 나였다혼자 계속 참다가 한참 지나서야 몸을 피했을 것 같다.


   경북대학교 북문 앞 버스 정류장은 언제나 학생들로 북적였다. 아무리 텅텅 빈 버스가 와도 길게 늘어선 버스 줄을 다 태우면 버스 안은 학생들로 가득 다. 나도 그 무리에 껴서 버스를 탔고, 그날도 앉을 순 없었지만 의자 바로 앞에 서서 갈 수 있어서 의자 손잡이를 잡을 수 있음에 안도했다.


   하지만, 안도감은 다음 정류장부터 두려움으로 변했다. 다음 정류장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탑승했고, 그중 한 아저씨는 내가 서 있는 바로 뒤에 섰다. 만차가 된 버스라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이렇게 사람들에 껴서 가겠구나 생각 들던 그때, 나의 엉덩이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건가라고 처음엔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 많아서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게 아니었다. 내가 불편한 느낌을 감지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 느낌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나의 뒤에 서 있는 아저씨는 그런 나를 인지한 건지 뒤에서 더욱 나쁜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나중에는 정말 대놓고 자신의 몸을 내 엉덩이에 사정없이 비벼댔다. 매우 저질스럽고 음산하며 미칠 것만 같은 울분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울분은 이내 나의 내면에서만 폭발했고, 차마 입 밖으로 표출하지 못했다. 미치도록 참기 싫었고, 더러운 느낌이 내면 깊숙이 저며왔지만, 결국 나는 30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때가 스물다섯 살 12월 중순이었다.


   대학원에 입학한 지 1년이 지나가는 무렵, 그 1년의 끝은 더러운 느낌으로 끝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집 가까운 학교로 갈 걸, 학비 때문에 시험까지 쳐서 국립대 온 건데 괜히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더욱 선명해지는 지난밤의 더러운 느낌... 눈물이 났다. 그리고 왜 나는 그때 버스에서 소리치지 못했을까 라는 자책으로 이어졌다.


   다음날 학교로 가는 길에도 여느 때처럼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는데 자꾸 어제의 안 좋은 느낌이 생각났다. 나는 계속 뒤를 두리번거렸다. 내 뒤에 남자가 서 있으면 소스라치게 혼자 놀랐고, 버스를 타면 그 안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그날의 더러운 느낌이 생각나면서 공포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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