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DOBOM Apr 11. 2024

언니 덕후

QWER (큐 더블유 이 알). 요즘에 정신을 못차리고 빠져있는 밴드다. 보컬 시요밍 (= 시연이 귀요밍)이 목소리가 얼음 한 가득 넣은 아이스티 스파클링 그 자체라서 날마다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를 오가면서 ‘고민중독’을 듣고 있다. 그 전에는 ‘Discode’와 ‘별의 하모니’, ‘수수께끼 다이어리’를 무한반복해서 들었는데 ‘고민중독’ 앨범에 일곱 곡이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깨끗한 목소리로 좋아한다고 노래하는 시요밍과 드럼 전공 살리는 쵸단과 점점 실력이 느는 게 보이는 마젠타(베이스), 히나(냥뇽녕냥, 일렉)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명랑한 순수함에 햇볕에 갓 말린 빨래향이 풍겨오는 것 같다.

소나무처럼 한결같이 여자 보컬이 좋다. 오빠들도 좋아하는데, 언니들은 사랑한다. 특히, 솔로는 더 그렇다. 무대 위에서 언니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와 퍼포먼스로 연민과 사랑을 가득 퍼주다가도 사이다를 시원하게 날려준다. 나는 그런 언니들에게 공감하고, 비록 방구석에서 소심하게 좋아요와 조회수를 높이는, 소심한 열광일지언정 계속 찾아보는 식으로 응원한다.


학창시절에 언니들에게 열광하는 모습에 여자애가 여자 가수를 덕질하는 게 이상해 보인다는 핀잔을 들은 적도 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오히려 어릴 땐 단순히 멋있어 보이기만 했던 무대와 가사도 노래를 냈을 당시의 언니들 나이가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깊이 있게 와 닿아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진다. 


효리 언니의 <미스코리아>로 ‘불안한 미래에 자신 없나요’라고 물으며 ‘다 괜찮아요, 넌 Miss Korea.’라고 말해주는 소리에 퇴근길에 훌쩍였고, 윤하 언니의 <오르트 구름>을 들으며 ‘녹이 슨 심장에  쉼없이 피는 꿈’에 아무것도 못할 것처럼 다 소진된 것 같다가도 또다시 두근거렸다. 체리필터의 <Happy day>를 들으면서 일상의 지루함을 비워내고, 자우림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들으면서 서툴기만 했던 어린날의 선택을 예쁜 추억으로 기억해주게 됐다. 


언니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노래한다. 설렘을, 꿈을, 야망을, 인생을, 희망을, 외로움을, 그리움을, 강하고, 섬세하고, 당당하고, 눈물겹고, 사랑스럽게. 그래서 더 귀를 뗄 수가 없었고 다시 찾아 듣게 된다. 


힘을 얻고 나면,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차갑고 팍팍해도 살아내고, 무례한 사람에겐 싫다고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하고, 가끔 저녁에 외롭고 슬퍼도 그건 그런대로 넘겨내고 또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진다. 언니들이 채워주는 ‘동경’은 오빠들의 멋짐이 줄 수 없는, 언니들만 줄 수 있는 에너지다. 


다행히 요즘은 나처럼 언니 덕질을 하는 사람들도 좋아한다고 많이 드러내준다. 댓글을 보면 나 같은 언니 덕후가 한 명은 아니라는 게 위안이 된다. 언니들이 건재하길 바란다. 언니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힘을 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언니들도 힘들 때 알아줬으면 좋겠다. 언니들을 응원하는 힘, 응원할 힘으로 앞으로도 언니들처럼 살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미지출처]

QWER https://blog.naver.com/guitarphil/223197777430

이효리 https://www.mk.co.kr/news/hot-issues/10958690

자우림 김윤아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008

윤하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067834.html

체리필터 조유진 https://namu.wiki/w/%EC%A1%B0%EC%9C%A0%EC%A7%84?rev=383

이전 04화 가시의 각도를 섬세하게 움직이는 고슴도치가 되어가는 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