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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OBOM May 04. 2024

폴레 폴레 은디오 무웬도


9시쯤에 일어나 빨래를 스피드워시와 다운로드 코스 콤보로 돌리는 동안, 양배추를 볶고, 저녁으로 먹을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널어둔 빨래를 개고, 화장실 쓰레기통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세탁기의 벨이 울렸다. 빨래를 널고, 어제 동생이 만들어둔 양념장에 볶은 양배추와 밥을 섞어 비빔밥을 먹었다. 가방을 메고 나와 일반 쓰레기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와 버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벌써 5월이었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했지만 도서관에 걸어갈 때면 청량한 바람이 무색할 만큼 땀이 났다. 아이패드에 책까지 가져가려니 어깨가 너무 아파 책을 쪼갰는데도 가방은 제법 무거웠다. 구직 후에 부딪쳐서 넘어가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데 그럴 용기가 없는 건 아닌지, 정말 취업을 먼저 하고, 결혼을 하고, 그다음에 공부를 해야 하는데 문득 공부하는 것이 현실을 도피하는 건 아닌지 가방의 무게가 마중물이 되어 의구심을 퍼올렸다. 그래서 괜히 더 어깨를 펴고, 발을 쭉쭉 내디뎠다. 연하고 얕은 봄 하늘 아래로 가로수들이 연둣빛 나뭇잎이 가만가만 흔들리고 있었다. 


집에서 챙겨 온 커피가루에 정수기 물을 따르고, 자리에 앉아 마시면서 그제 봤던 개념을 어제와 오늘에 걸쳐서 복습하고, 새로운 개념으로 넘어갔다. 집중력은 노력하니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졌지만 유튜브와 숏츠에 중독된 뇌는 곧잘 말랑말랑하게 늘어져서 '다시 집중!'하고 팽팽하게 당겨주길 여러 번, 그래도 어찌어찌 목표한 챕터까지는 읽었다. 


집에 치킨이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가뜩이나 요즘 헬스장을 못 가고 있는데, 치킨이라니. 먹지 않으려 했지만 식탁에 치킨을 보는 순간 이성은 셧다운 됐다. 한 조각만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손은 두 조각을 집고 있었고, 어느새 6조각이나 먹어버렸다.  왜 먹고 싶은 음식 앞에선 뱃살과 허벅지 살이 얇아 보이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딴에 양심을 치킨과 다 맞바꾸지는 않아 오래간만에 복근 운동을 30분 해줬다. 지루한 운동엔 바오 가족만 한 게 없다. 

에버랜드 영상을 보니 송바오 님이 푸바오를 보내고 조금씩 기운을 차리시는 거 같아서 어쩐지 안도가 됐다.

 후이바오가 유달리 송바오 님을 꽉 깨무는 거 같던데, 쌍둥바오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쭈욱, 푸바오가 꿈속에서 후이바오에게 자기 떠날 때쯤 송바오 님 좀 꽉 깨물어서 슬픈 생각 안 나게 해달라고 당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엉뚱한 상상을 했다. 


샤워를 하려고 거울을 보니 도서관 화장실에서 모기가 목 정 중앙에 빨간 액세서리 하나 박아놓고 튄 모양이었다. 고맙다, 아주. 지난주에 자다가도 한 방 뜯겼는데 올해는 홈매트 따박따박 켜둬서 무상 헌혈은 원천 봉쇄할 참이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포스팅하고 싶은 것도 많고, 지난주에 연재하기로 한 글은 공부를 시작하면서 마무리를 못 짓고 있고, 공부하기로 한 분야의 책은 다 사버렸다. 아직도 많은 것들이 엉겨있다. 이대로 영영 영감이 다 사라져서 아무것도 안 쓰고 싶은 사람이 돼버릴까 봐 많이 겁난다. 그럴 때마다 지금 이 순간도 무언가의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이 되고 있다고 끊임없이 되뇐다. 


지금 쓰는 일기 또한 공부하면서도 뭐라도 기록하고, 쓰고, 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공부한다고 일상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헛헛할 것 같아 애써 기록해 둔다. 


내일은 주말이니까 도서관에 사람도 더 몰리겠지? 일찍 가서 자리 잡아야겠다. 이제 본격적인 챕터가 멀지 않았다. 





천천히 해도, 결국은 다 다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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