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회자 아버지 덕분에 교회에서 피아노를 일찍 구경했다. 구경만 해도 황홀했는데 반주자님이 무료로 레슨까지 해주셨다.
결혼을 하고 남편이 작은 시골교회에 갔을 때 마침 중학교 음악선생님이셨던 반주자님이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시게 되어 갑작스레 내가 반주를 하게 되었다. 남편한테 미리 다음 주 예배 때 부를 찬송을 건네받아 , 며칠을 연습해야 했을 만큼 초보 반주솜씨였다.
대부분 연세 드신 교우들이셨기 때문에 원래 곡조로 반주를 하면 부르길 힘들어하셨다. 조바꿈을 해서 한음 낮춰 반주를 하니 훨씬 따라 부르기가 쉽다고 좋아하셨다. 여기까지만 말씀하셨으면 나도 흐뭇했을 것이다.
어느 주일에 마지막 찬송 반주를 채 마치지도 않았는데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셨던 어머니가 갑자기 반주하던 내 옆으로 다가오시더니 꼬깃꼬깃 접힌 지폐 한 장을 피아노 위에 놓고 가셨다. 반주를 마치고 얼른 어머니께 돌려드리려 하니 한사코 뿌리치시며 나중엔 화까지 내시려고 했다. 할 수없이 받은 후에 감사인사를 드렸는데, 그다음 말씀이 더 당황스럽고 민망했다. “학교 음악선상(선생님)보다, 사모님 소리가 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