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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사모 Oct 24. 2024

봤구나, 당신!

목회자 남편이 주일예배를 드릴  다른 사모님들은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하다. 사모들 모임에서도 이런 얘기를 서로 나눠  일이 없다. 남편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라고 말했던 후배사모 말고는.


예배를 마치고 목회자가 홀로 마무리 예식을 행하는 모습을 교우들이 바라보는 시간이 있다. 예배드릴 때 사용했던 집기들을 닦고 정리해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때다. 이미 성가대의 연주도 끝났고, 오르간 반주자의 연주소리만 고요히 흐른다. 교우들이 자연스럽게 목회자를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다.

얼마 전, 그 시간에 남편의 미세한 실수를 알아챘다.  그날 저녁,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 오늘 예배 마치고 마지막… 할 때… 여기까지만 듣고도  남편은 “봤구나, 당신!”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금세 알아챘다. 스스로도 마음에 걸렸었나 보다. 꼬투리 잡아 잔소리 좀 하려고 했는데, 순순히 실수를 인정하는 바람에 하려던 말을 그만두었다.

이 말을 하려고 했었다.

“당신은 이제 예배 때 아무리 작은 것도 실수하면 절대 안 돼. 평생 같은 일을 삼십 년 넘게 반복했는데 이제는 눈감고도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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