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친구들을 만날 때면 듣는 소리가 있다. “넌, 멀리서 봐도 딱 사모다!”
우중충한 색깔과 보수적인 모양새의 내 옷들을 그녀들은 '사모패션'이라고 말한다. 옷장문을 열고 도대체 내 사모패션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나도 놀랐다. 검은색, 회색, 감색 계통의 옷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내가 웬일로 이렇게 엄마말을 잘 들었던 거지?’
엄마는 내가 처음 사모가 되었을 때, “옷을 새로 살 때는 무조건 검은색, 회색, 감색 옷부터 사라”고 했다. 그러면 장례식 갈 때도 입을 수 있고, 어지간한 데는 다 체면 차려입고 갈 수 있다”라고 하면서.
철없던 나는 바로 엄마에게 볼멘소리로 물었다. “왜 만날 우중충한 색깔 옷만 입으라는 거야?”
이제는 돌아가셨을 때의 엄마 나이보다도 내가 나이가 많다 보니, 엄마의 그 말이 무슨 뜻에서 했던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모라고 해도 아직 철없고, 물색없는 딸이 교우들의 애경사에 본 데 없는 옷차림으로 나설까 봐 그러셨을 테다.
어제 남편은 스스로 옷정리를 했다. 여름, 가을 옷을 들여놓고 겨울옷을 꺼냈다. 그러다 나 들으라는 듯 한소리 했다. "내 옷들은 어두컴컴한 색이 많아도 너무 많아!"
못 들은 채 속으로 말했다. "내 탓하지 말고 장모님께 물어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