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은 나를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목소리톤만 듣고도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오랜만에 교회에서 뵙는 교우님은 마치 어렸을 적 장난기 심한 친구가 내 등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며 “놀랬지?” 했던 것처럼 유쾌한 소프라노톤으로 짧게 “사몬님!”하고 부른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목소리를 높여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가벼운 포옹도 하면서!
내가 가장 긴장하는 목소리 톤은 낮은음으로 지그시”사몬니임~”하고 부를 때다. 예상했던 대로 나에게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으셨을 때다. 어느 선배 사모님은, 모임에 나오셔서 후배 사모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 말씀하셨다. "나는 암 안 걸릴 거야! 교인들이 뭐라 해도 할 말 다하고 살거든!" 그 말씀을 듣고 후배사모들은 “와~” 소리를 내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몇 년 전 내가 암 진단을 받던 날, 할 말 진짜 못하고 사셨던 엄마와, 할 말 다하고 사셨던 선배사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나는 그 두 분의 중간쯤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