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교회에 갔을 때마다 교우들이 내게 건네던 첫 인사말은 이랬다. “사모님, 성가대 올라오셔야지요!”
성가대 자리가 회중들이 앉는 자리보다 더 높은 곳에 마련되어 있지 않은 교회에서도 성가대 참여를 권할 때는”올라오라”라고 했다. ‘성가대에 올라가 찬양봉사를 하는 교우들은 교회에서 특별한 교우들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안 올라갔다가는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에 그때마다 얼른 올라갔다.
노래도 잘 못 부르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 늘 부담이 됐었다. 성가대 활동을 하다 보니 친교와 교제를 나누는 교우들도 거의 성가대 식구들이었다. 성가대원들은 주일에 일찍 교회에 와서 연습을 하고, 예배를 마치고 애찬을 나눈 후엔(교회에서 점심을 함께 먹은 후에) 바로 다음 주에 부를 곡을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성가대 식구들 외에 다른 교우들과는 교제하는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 현재 사목하고 있는 교회로 오면서부터는 성가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성가대의 소리에 집중하는 선물 같은 은총을 감사하게도 주일마다 거저 받고 있다. 그런데 큰일 날 뻔했다. 이곳에 와서 첫 예배를 마친 후였다. 반주자님이 내게 다가와 팔짱을 끼며 "사몬니임~저희와 성가대 같이 하시면 좋겠어요!" 라고 어찌나 상냥한 목소리로 권하시던지 하마터면 “네~그럴게요.”라고 대답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