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목회자 사례비를 받으면 십일조헌금을 한다. 남편 이름이 쓰여 있는 헌금봉투에 헌금을 넣어 봉헌함에 넣다가 문득 '나도 내 이름이 쓰인 헌금봉투에 십일조헌금을 넣어 봉헌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전업주부라 수입이 없으니 십일조헌금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 이름으로 봉헌하는 십일조헌금을 반씩 나눠 나도 내 이름이 적힌 봉투에 넣어 헌금울 하고 싶다”고. 예전에 내가 아는 어느 분은 실제로 그렇게 하셨다.
무슨 신박한 논리로 내 의견을 건너뛸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당신의 가사노동의 가치도 사례비에 이미 포함되어 있으니 당신도 실제로는 십일조 헌금을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럼 헌금봉투에 당신 이름과 내 이름을 함께 적으면 안 될까?” 예상대로 남편은 "그건 좀… " 하더니 말끝을 흐렸다.
남편이 은퇴하면 집안일과 우리 반려동물들인 담분이, 나로, 양희와 강이, 안심이 보살피는 일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예전에 딸들에게 직접 가르쳐 보려고 배워두었던 글쓰기와 논술 지식으로 일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때는 당당하게 내 이름이 적힌 봉투에 십일조헌금을 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