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나라 전통 가옥엔 문지방이 있었다. 문지방은 방과 방사이, 방과 마루, 또는 부엌의 경계선에 놓여있다. 사모는 문지방 같다. 목회자인 남편과 신자들의 중간쯤의 위치에 서 있으니 드는 생각이다. 실제 그렇다. 목회자인 남편에게 직접 못하는 말들을 사모인 나에게 할 때가 있다. "저~ 사모님께만 말씀드리는 건데요." 하면서! 나는 그럴 때 어찌해야 좋을지 판단이 안 설 때가 종종 있다. 무엇이 가장 선한 결과가 될지, 어디에 기준을 두고 판단해야 할지, 정말 어렵고 힘들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만 끝내고 입 다물고 있는 게 나는 가장 쉽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사모님만 알고 계시고 다른 분들께는 말씀드리지마세요!”라고 말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런데, 실제로는 “적당히 소문 좀 내주세요!”의 깊은(?) 뜻도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던 때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도 눈치가 어지간히 없었다. “ 아직은 사모님만 알고 있으라는” 말을 곧이듣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섭섭하셨을 것 같다.. 사실은,당신 아들이 미국 어느 학교의 교수가 되어 떠나게 됐다는 자랑을 하고 싶으셨던 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