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여름휴가를 처음으로 남들도 많이 떠나는 시기에 맞춰 다녀왔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게 싫다는 남편 때문에 여름휴가를 늘 여름의 끝자락에 다녀왔었다. 그러느라 딸들이 어렸을 때 기껏 속초까지 갔다가 바닷물이 차가워 제대로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오기도 했다. 무슨 큰 깨달음이 있었는지 “올여름휴가는 우리도 남들 떠나는 시기에 다녀오자” 하면서 무슨 큰 중대한 발표나 하듯 말했다. 나는 올여름휴가는 각자 따로 다녀오자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남편의 조기휴가 제안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왜? 시끄러운 거 싫어하면서?”
“생각해 보니, 교우들은 휴가를 마치고 주일에 다들 교회에 왔는데, 목회자가 그제야 휴가를 떠난다는 게 좀 그래서.”
쌈박하게 이해가 되진 않았으나, 언제 떠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던 나는 심드렁히 말했다.
"이번 휴가는 각자 따로 다녀오면 어때?"
“뭐라고? 당신 혼자 어디를 가려는데?”
남편은 내 말에 전혀 동의할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궁금했는지 연이어 물었다.
“나는 우리가 처음 사목했던 ㅇㅇㅇ교회에 가 보고 싶어!”
“당신, 옛날 교우들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지? 아쉽겠지만 연세 드셨던 분들은 이제 거의 돌아가셨고, 교우들도 이젠 우리가 모르는 분들이 많을 거야!”
남편은 마치 ‘옛날 교회를 찾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사명이라도 띈 것처럼 내게 말했다. 그래도 나는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나 혼자라도 갈 것 같은 기세를 눈치챘는지, 그제야 남편도 “그럼, 가보자고!” 했다. 현재 사목하고 있는 담당 목회자에게 연락을 하고, 기차표를 예매했다.
짐을 싸다 말고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ㅇㅇㅇ교회에 가면, 누가 제일 보고 싶어?”
“살아계셨더라면, ㅇㅇ어머니와, ㅇㅇ어머니!”
두 분은 남편의 첫 목회지로 이사한 후 다음날 아침에 교회마당 수돗가에서 상추를 씻고 계셨던 어머니들이시다.
“돌아가신 어머니 두 분 말고 또 누구?”라는 말을 다시 못 꺼냈다. 남편 얼굴 표정을 보니…… 두 분 어머니가 ‘보고 싶다’ 정도가 아닌, ‘사무치게 그리운’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