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일마다 교회에 오시는 신자분들을, 내 친형제들과 친구들, 그리고 이제는 결혼한 내 딸보다도 더 자주 만나며 살고 있구나.’
부모님이 살아계셔도 가까이에 계시지 않으면 주일마다 뵙기가 힘들다. 형제들과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 해도 주일마다 한 번도 빠뜨림 없이 만나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교우들은 주일예배 때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몇 번씩 뵙는 분들이 있다.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시는 교우들은 틈틈이 교회에 들러 청소도 하고, 여러 가지 시설들도 손 보고, 함께 밥도 자주 먹는다.
교우들 간에 서로 생각과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이 있을 때가 있다. 때로는 그 이유로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장례가 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며 내 일처럼 정성껏 장례에 함께한다. 목회를 하는 동안 다툼이나 서운한 마음에 교회를 멀리했다가 장례를 치르며 화해를 하고 다시 교회에 나오는 교우들을 많이 보았다.
어제는 주일을 보낸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월요일이었는데도 교우님 두 분이 교회에 오셨다. 여기저기 교회 안팎의 시설들을 살피고 손 봐야 할 곳을 찾아 금세 뚝딱 고쳐놓고 가셨다. 일을 하는 동안,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며 큰소리로 웃기도 하고, 괜스레 짐짓 화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하는 게, 마치 사이좋은 친형제들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회가 아니었으면 친형제도 아닌 저 두 분이 월요일, 이 시간에 어디서 만나 저토록 행복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