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쪽 집안은 대대로 내려오는 기독교 집안이다.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각 가정에서 조금씩 준비해 온 음식들로 뷔페식의 식사를 한다.
명절 기분을 내기 위해 갖가지 전을 준비하는 작업은 모여서 함께 하는데... 며느리끼리만 있는 자리임에도 시댁 식구의 험담은 결코 들을 수가 없다. 모두들 결혼생활에 감사를 느끼고 행복감으로 충만한 듯하다. 나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호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썩소는 누군가가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마치면, 4대가 모여 예배를 드리고, 공식적으로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기쁜 일에는 박수로 축하를 전한다.
정말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가정이다.
결혼 10년 차가 훌쩍 넘어감에도 동화되지 않는 이질감이 있지만, 그럭저럭 나도 그런 척하며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을 보내왔다.
지난 추석,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여느 때와 같이 식사를 하고 예배를 드리고 가족 소식을 전하고... 끝인지 알았는데 갑자기 아주버님이 게임을 준비해 왔다며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화목의 끝판왕 가족이다.
그래도 뭐... 모두가 즐겁다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정도야...라고 생각했었지만,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준비한 순서가...
각 집안의 며느리들이 대표로 시댁 식구 자랑을 하란다.
그러니깐... 나 보고 시어머니, 시아버지, 동서네, 남편...
헐~~
'비난'을 하라면 밤새 할 수 있는데...
칭찬? 자랑?
그 순간 내 얼굴이 많이 굳어졌나 보다.
나를 쳐다보던 아주버님이 잠깐 멈칫하더니... 동서 보고 대신 하란다...
아~놔~ 진짜!
왜 모두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이런 게임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 내는 것이지?
며느리보고 시댁 식구들 자랑을 하라고?
이날 이후, 나는 나와 너무 다른 이 집단을 노골적으로 피하고 싶어졌다.
또, 이상한 게임을 준비해 오면 어떡하지?
형님한테 미리 전화해서 자중시켜?
게임 시작한다고 하면 나가 버려?
아님, 돌려 까기로 이상한 분위기 만들어봐?
예컨대, "저희 동서네는 사전 예고 없이 밤이나 낮이나 아무 때나 불쑥불쑥 저희 집에 드나들 만큼 허물이 없어요~^^"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시댁 식구 중 한 분인 아주버님~!!
제발 눈치와 센스 좀 챙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