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 홈스쿨링 입문기
무작정 영상물을 차단한 것은 아니었다. 거실의 벽걸이 TV를 치웠던 행동 뒤에는 영어 일상 노출이라는 큰 그림이 있었다. 생후 36개월 무렵에 집 안의 환경을 바꾸려 한 것이다.
TV를 치우고 유선 방송도 해지했다. 매월 2,500원씩 과금되는 TV 수신료도 물론 해지했다. 2018년, 완전히 TV가 없는 집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틀었던 마더구스는 아득한 밤까지 흘러나왔다. TV 없는 허전함의 한구석을 동심 가득한 동요가 에워쌓았다.
이따금씩 영상 시청에 대한 욕구가 흘러나올 때면 영어로 된 영상을 자막 없이 보여줬다. 아이는 아직 어려 자막이 있어도 읽지 못하니 큰 상관은 없다만, 아이와 같이 영어 공부를 할 작정이었다. 영어 공부를 한 적 없는 아이는 영어로 된 영상을 보고 울고 웃었다. 생각보다 적응이 빨랐고, 쉽게 한글 영상에 대한 향수를 잊었다.
세네 돌 무렵의 둘째 아이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Don't do that. It's mine!"라는 말이 "하지 마!"라는 말보다 먼저 튀어나왔다. 이처럼 한글보다 영어로 먼저 낱말을 말하곤 했던 적이 더러 있었다. 지난해 여행 다녀왔던 싱가포르에서 택시 기사와 심심한 대화를 하고, 현지인에게 가족 소개를 하면서 스스럼없이 소통했던 건 다름 아닌 첫째 아이였다.
돌 무렵부터 읽어줬던 원서가 빛을 발했던 것일까. 아이는 영어로 된 영상을 완전히 흡수했다. 아이는 파닉스를 배우지 않았는데 원서를 통째로 외워서 읽었다. 아이는 마치 계단을 오르듯 영어 수준이 차곡차곡 상승했다. 원서와 영어 영상의 노출 만으로 이것이 가능했다. 홈스쿨링이 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이제 커서 교육 기관에 다니고 우리 집 환경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야 의구심을 품는다. 왜 다른 아이들은 한글로 된 만화를 아무 제약 없이 보는데, 우리 집은 영어로 영상을 봐야 하느냐고 아우성이다.
세계 지도를 주문하고 아이들 앞에서 펼쳤다. "지구에서 우리나라는 정말 콩알만큼 작단다. 한글은 손톱만큼 작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아. 영어는 세계 공통 언어로, 모든 나라를 연결시켜 주는 언어야. 엄마가 후회하는 것 중에 어렸을 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기억에 남아. 영어는 언어로, 한글처럼 오랫동안 실생활에서 접하면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어. 영어로 영상을 보는 것이 지금은 썩 즐겁지 않은 일이지만, 머지않아 한글처럼 들릴 날이 올 거야."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인지 엄마의 권유를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남들과 다른 환경을 받아들인 아이들이 고맙고, 기특한 나날이 쌓이고 있다. 훗날 성장한 아이들이 지금의 환경을 감사할 줄 아는 어른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