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

키즈카페에서 드디어 탈출했습니다.

by 아리스

철없던 지난날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매일같이 키즈카페를 들락거렸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에 입점되어 있는 키즈카페 다섯 곳의 회원권을 결제하고 요일별로 출근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것이 아이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키즈카페 밖은 유해하고 위험한 곳이라고 혼자 규정하고 매일 혼탁한 실내에 아이를 가뒀다.


입소문에 우연히 들렸던 어느 '어린이 박물관'에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키즈카페보다 방대한 규모와 놀거리, 거기에 유익하면서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한 곳을 여태 몰랐던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어린이 박물관에 첫 방문한 날을 시점으로 분명하게 나뉘었다. 박물관도 실내 시설이지만 키즈카페와 다르게 건물 밖에 주차를 해야 했다. 주차를 하고 박물관에 입장할 때까지 자연스럽게 바깥공기를 마시고 외부 조형물 관람을 하면서 밖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어느 화창한 날에는 공원에 갔다. 아이는 장난감이라곤 하나 없는 공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잘 놀았다. 신발 사이로 지나가는 개미 군단을 따라가 보고 공원의 생태계에 흠뻑 빠져본다. 봄에서 여름이 되는 길목에는 하루 온종일 자연관찰 하는 날이다. 꽃향기를 따라 날갯짓하는 나비,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방아깨비, 여치와 같은 메뚜기과 곤충들,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무당벌레, 그들의 포식자 사마귀, 더욱 쨍쨍한 여름날이면 잠자리가 공원의 하늘을 가득 메운다. 가을이 가는 날에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비를 맞아보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 이불을 바스락 밟아 본다. 유난히 예쁜 낙엽들은 한데 모아 겨우내 귀한 놀잇감으로 사용한다.


하품만 나오던 키즈카페를 나와 공원으로 향한 것이다. 자연히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듬뿍 자연을 누렸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풀내음, 파란 하늘에 피어있는 하얀 구름아래 아이와 나는 그 자연을 만끽했다. 혹자에게는 일상에 지나지 않은 것들이 우리에게는 새삼 새롭고 자연의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공원은 매일 그 자리에 있었지만 자연은 매일 새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늘의 파란 색감과 하얀 구름의 자태, 바람의 맛과 향은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 단풍나무, 영산홍, 모과나무, 동백나무, 배롱나무들은 같은 자리에서 다른 표정과 색감으로 계절의 흐름을 알려줬다.


천천히 키즈카페와 더불어 상업 시설들과 멀어져 갔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놀이터처럼 드나들었던 곳을 의식적으로 가지 않았다. 의심 없이 갔던 곳들에게서 의구심을 품었다. 상업 시설은 언제나 내 지갑을 노렸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진열대 앞에서 아이들의 욕망은 꼭꼭 감춰야 했다. 현대판 고문이 아닐 수 없었다. 간혹 사주는 장난감은 한 시간도 안돼서 시들해졌다. 상업 시설은 '소비'를 제외한 어떠한 목적도 교육도 없는 곳임을 엄마가 돼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 무한한 대자연에서 우리는 반경을 조금씩 넓혀갔다. 지평선에 너머의 바다를 그려보며 경외감을 느끼고 높은 산을 오르면서 땀방울의 의미를 되새겼다. 산과 바다에서 노닐며 무수한 생명체들에 감탄하며 계절마다 찾아오는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자연은 내 지갑을 들춰보려 하지 않았다. 지갑 사정에 관계없이 자연은 언제나 우리를 두 팔 벌려 반겨줬다. 아이들은 자연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만지고 느꼈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에서 동심을 한껏 풀어헤친다. 내일도 공원에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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