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1번지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기

by 아리스

사교육과 조기교육의 열풍에 뒤이어 엄마표 홈스쿨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렸을 때는 그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한글, 수 연산, 구구단 등이 그랬다. 집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부모에게 무언가 배우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부모에게 배움을 얻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한 명칭조차 없었다. 오랫동안 사교육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만큼 옛 것을 들춰내어 특별하다고 칭송하며 큰 의미를 부여한다.


'홈스쿨링'의 본래 의미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며 방과 후 집에서 학습을 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이름은 거창하나, 속내는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받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이 미숙한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그 모든 것을 배운다. 물론 혼자 습득하는 것들도 있다. 젖을 식도로 넘기는 것, 대변을 항문으로 밀어내는 것, 뒤집고 배밀이를 하는 것, 두 발을 딛고 서서 걷는 것 등은 아무리 알려줘도 스스로 터득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그것이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내 자녀가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도 클 것이다.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부모가 되어도 지갑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일을 해야만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거나 넉넉하지만 커리어가 아까워서 일을 지속한다. 아니, 이제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엄마가 일을 하는 풍경은 당연하고 익숙하다.


바빠진 부모를 대신해 많은 배움의 터는 가정에서 학원으로 옮겨갔다. 부모가 시간이 있어도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이 더욱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를 학원으로 밀어 넣는다. 아이는 그들의 부모처럼 아침에 등교해서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다. 놀 시간조차 부족한 아이들은 피곤에 절어 매일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엄마표와 홈스쿨링은 닮은 듯 다르다. 엄마표는 엄마가 주도한 자녀의 교육이고, 홈스쿨링은 아이가 주도하는 교육 방식이다. 엄마표라고 해서 엄마가 다재다능할 필요는 없다. 엄마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아이에게 가정의 선생님이 되어주는 것이다. 물론 엄마표 교육은 제한된 시간이 짧은 편이다. 그 아무리 학문적 지식이 뛰어난 엄마라도 전 과목을 통달하는 사람은 드물 테니 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엄마표는 내세우기 부끄러울 정도로 별로 하는 것이 없다. 그저 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전부다. 우리 집 책장에는 한글 책과 영어 책으로 서재가 나뉘어 있다. 아이에게 한글 교육을 하지 않은 것처럼 영어도 한글처럼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영민한 아이들은 그림책만 읽어줘도 한글을 깨친다던데 아쉽게도 우리 집에서는 그런 풍경은 없었다. 그럼에도 한글 그림책과 영어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주고 있다. 책을 읽는 시간 이외는 놀자판이 따로 없다.


성과를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이라 기대치를 낮추거나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는 작년 싱가포르 여행에서 숨겨두었던 실력을 뽐내고 다녔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택시 기사에게 스스럼없이 가족 소개를 하고, 다른 관광객과 일상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얼굴이 붉어졌다. 대화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머릿속에는 한글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파닉스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영어 문장을 뜨문뜨문 읽는다.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들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었다.


아직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만 첫째는 잠자리를 제외한 시간에는 수시로 책을 꺼내어 읽는다. 이것이 홈스쿨링으로 가는 길목 어딘가라고 가늠한다. 남들은 미디어에 빠져 있는 시간에 첫째는 책 속에 퐁당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학습으로 나아가면 엉덩이 힘의 원천과 사고의 기반으로 이어지리라 짐작한다.


학원에 가면 분명 집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다. 학원은 학생들에게 입시 제도 기반의 지식을 알려주지만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진 못한다. 새로운 학문과 배움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온전히 혼자 힘으로 그것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 혼자서 터득하고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많은 인내가 소모된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의 부모만이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나만의 고유한 생각이 없는 아이는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양산하게 되리라.


지식은 교육자가 알려줄 수 있어도 그것을 흡수하는 것은 아이 스스로 해야 한다. 젖을 식도로 넘겼던 것처럼, 두 발을 딛고 서서 첫 걸음을 뗀 것처럼. 오롯이 혼자서 터득해야 한다. 스스로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외쳤던 '자기 주도 학습'이다. 자기 주도 학습으로 가는 길은 홈스쿨링이고 그 첫 단추는 '엄마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생각의 크기만큼 삶을 살아간다. 아이가 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어쩌면 내가 줄 수 있는 사랑과 결부되는 일임에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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