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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Sep 15. 2023

아픈 손가락

 지금 숨 쉬는 ‘이 순간’과
살아 움직이는 ‘이 뜨거운 몸’과
세상에 굴복당하지 않는 ‘이 강한 마음’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
다시 한 번,
내 아이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뜨겁게 사랑하라.
_<부모 인문학 수업> 중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스러운 나의 마음은 약 3년 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슬며시 일어나 자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는데 엄마와 가장 먼 곳에서 2호는 자고 있었다. 어제도 그랬고 그다음 날도 그랬다. 잠자리에 들 때면 서로 엄마 옆자리를 차지하려고 자리쟁탈전에 치열하다. 내 몸이 힘들어 몰랐으나 어느 날 문득, 늘 조용히 양보하는 2호를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호의 양육이 힘들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고, 한밤중에 오열하기도 했다. 세 아이 중 유독 뾰족하게 느껴졌다. 3년 전 내 불편한 마음을 어느 분에게 공유했더니 그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미운 짓을 하니까 밉지, 예쁜 짓을 하는데 밉겠어? 내가 둘째여서 잘 알아.”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죄책감의 일부는 사라졌지만 부단히 노력했다. 아이들을 한 명 한 명을 특별히 사랑하리라고.


  출생 순위로 매겨진 성품인 것인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이타심은 세 아이를 양육하기에 수월하게 여겨졌으나, 사회(기관)에 보내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이타적인 성품이 앞서 자기 권리를 뒷전으로 여기는 2호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세 아이 중 입김이 가장 약한 2호가 그럼에도 한 번씩 갈증을 호소할 때면 마음이 쓰라린다.


 1호가 강습에 들어가고 수영장 로비에서 하릴없이 1호의 레슨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마침 잠든 3호의 유모차를 끌고 자동차 트렁크에서 축구공을 꺼냈다. 2호가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엄마와 단 둘이 축구를 하기 위해.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2호만 바라보았다. 2호의 함박웃음을 보았다. 하염없이 즐거워하는 2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런 소박한 시간을 자주 나누고 싶다.

늘 특별하게 사랑하려고 노력할게
그리고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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