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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Sep 17. 2023

9년 만의 자유부인

자유부인 1일 차 (23.03.02)

 모닝콜을 걸어두고, 혼자 서둘렀다.

하는 일도 할 일거리도 딱히 없으면서 두근대는 마음이 나를 분주하게 만들었다. 두려움이나 부정의 감정은 없었다. 그렇다고 설레는 것은 아닌데, 잘은 모르겠다. 셋 중 하나는 울며불며 교실 앞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집에 올 것 같던 시나리오는 나만의 각본이었다. 2,3호는 우르르 등원하는 인파 속에 얼떨결에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그렇게 셋을 교실로 들여보내고, 혼자인 내가 너무 어색하고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아마도 아이들은 울고 있을 거야. 울면서도 잘 해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 혼자의 시간을 가지러 발 길을 돌렸다.


 라떼 산책을 하고 집안 정리를 했다. 짧지만 혼자 분초를 다투며 시간을 할애했다. 적막이 흐른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고요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있을 때와는 또 다른 평온과 행복이었다. 4시간 동안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 좋았다. 4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좋았다. 운동을 다녀와서 점심을 먹고 나니 1호가 하교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무엇부터 해나가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던 반짝이는 오전이었다.


 아이들은 하원, 하교함과 동시에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간다. 병아리들이 따로 없다. 강아지들이 따로 없다. 조막만 한 입에서 어찌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아이 셋이서 동시에 말하느라 손을 들고 말을 해야 할 지경이다. 1분의 공백도 없이 질문과 그들만의 이야기를 읊느라 정신이 없다. 울었을 거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오늘 하루 원 생활을 잘 해냈다는 2,3호의 교사 회신에 내일 또 나만의 스케줄을 그려본다. 각자의 교실에서 잘 지낸 아이들이 그렇게 기특할 수 없다.


 초보 운전 시절, 능숙하게 운전하는 운전자들이 대견하고 우러러 보였던 것처럼, 요 며칠은 기관에 잘 다니는 아이들과 어린 자녀를 기관에 보내는 부모들이 그래 보였다. 나도 이제 그 반열에 오르는 것인가. 아직은 꿈만 같다. 아주 기쁜 감정보다도, 벌써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나는 것인가 하는 서운함과 더불어 복합적인 감정들이 공존한다. 아이들을 느지막이 기관에 보낸 건 아이들을 위함이었는데, 잘 다니는 모습을 보니(비록 1일 차이지만) 이 엄마가 분리불안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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