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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Oct 25. 2024

23화 사라 오다

본전 생각 살아오다

사라 오다


한쪽 편에 여전히 잡혀있는 차들이 많다. 입구에 도착해 전화를 걸었는데 친구가 받지 않아서 일단 들어갔다. 많이 달라져있었다. 그때 느꼈던 기분이 아니었다. 좀 기계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엔 사람들이 북적북적대며 인간의 감정들이 총집합된 거 같았는데,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사설 불법 사이트 인터넷 도박이 판을 치면서 굳이 여기까지 안 와도 돼서 그런지  사람들도 적어진 느낌이었다. 사실상 도박은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든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나도 지금 가입만 하면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옛 생각에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친구들과 합류했다. 다들 시드머니를 10만 원씩만 잡고 2시간 즐기고 가기로 했다. 난 환전하지 않았다. 10만 원 2시간 택도 없다. 난 통장의 돈이 다 털릴 때까지 있을 놈인 걸 안다. 난 그걸 제어할 능력이 없으니 안 하는 게 맞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곳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 기억에 바카라가 제일 흥미가 있었기에 바카라 테이블로 갔다. 이미 아까 통화한 상황이라 호식이를 만나러 갔다. 


"호식아"


"와우. 도중이 형. 막상 여기서 보니까 신기하네요."


"그러게. 너 이 칩 다 딴 거야?"


"(귓속말로) 아니요, 저게 본전이에요. 저 정도 깔아놓아야 여가가 붙거든. 일할 때 세팅이라고 보면 돼요"


"대단하다."


"형 커피나 한 잔 하죠. 저도 잠 좀 깨야겠어요. 졸리다"


"언제 가려고?"


"목적이 성사되면 가는 거고, 안되면 제 마음이죠 뭐. 오늘은 폐장 때까지 있다 가려고요. 형은 언제 가시게요?"


"내일 일정 있어서 잠깐 잤다가 새벽에 올라가야지."


호식이와 커피 한 잔 하고 헤어졌다. 


2시간이 되자 친구들은 깔끔히 일어섰다. 친구들을 태우고 숙소로 가서 술자리를 가졌다. 


"아 아까 그 순간말이야... 너무 아까웠어. 하하하"

"와 진짜 내가 더 아쉬운데. 하하하"

"너무 재밌었다. 진짜 오랜만이다. 한 잔 하자. 반갑다. 친구야!"


10만 원씩 다 잃고 나왔다. 2시간을 노는데 10만 원은 굉장히 비싼 금액이다. 그러나 친구들을 보면서 내 생각은 달랐다. 그 2시간의 이야기를 즐겁게 이야기하며 웃는 모습은 내게 충격과도 같았다. 이 상황에서 열받고 짜증 나서 본전 생각에 더 하려는 것이 내 고정관념이었다. 난 그렇게 본전 생각에 살아왔다. 그런데 친구들은 그러지 않았다. 도박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는데, 단 돈 1만 원만 잃어도 감정이 치솟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난 새벽에 출발해야 했기에 술 한 모금 못 마시고 먼저 잠을 잤다. 알람이 울리고 일어나 잠자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차를 탔다. 아직 폐장 전이라 혹시나 호식이 아직도 있나 전화를 해봤다. 


"도중이 형, 너무 급한 상황이라 제가 이따가 전화드릴게요"


'딸깍'


전화 준다는 거 보니 별 일은 없다고 여기고 출발했다. 2시간이 지났을 무렵 살짝 졸리기 시작할 때 호식이가 전화했다. 


"아까 죄송해요. 너무 급해서 끊었어요."


"아무 일 없지? 그러면 됐어. 출발하기 전에 전화해 봤던 거야. 일은 잘 됐어?"


"네. 물건 제대로 건졌어요. 형 가서 봬요"


너무 졸려서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휴게소에 가 주차를 했다. 


호식이가 도중이와 전화 통화를 끊자, 사라는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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