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싫으면 도박 근처에 가지도 말아요!
"다녀올게"
"어, 운전 조심하고"
친구들이 리조트에 방을 잡아놨다고 해서 오랜만에 만나러 출발했다. 스케줄이 맞지 않아 아쉬웠지만 일 끝나고 저녁때 넘어갔다가 새벽에 넘어오기로 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고 있어?"
"어. 예정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네."
"그러면 카지노로 바로 와. 우리 지금 놀러 가거든. 와서 전화해"
"오케이. 이따 봐"
너무 오래전에 한 번 왔던 곳이다. 이 길이 처음 오는 곳 같았지만 지금 지나가는 모텔촌은 기억이 났다.
'끼익'
모텔촌을 지나는데 깜짝 놀라 급 정거를 했다. 앞에 하얀 옷을 입은 한 여자가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순간 굉장히 섬뜩했다. 순간 [8년 전인가] 당구장 사장님 차를 타고 놀러 왔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본 여자가 생각났다. 왜 그 여자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난 창문을 열고 말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때 한 남자가 왼쪽에 있는 모텔에서 나오면서 말한다.
"아(속상해하며) 언제 또 나갔냐? 또 이러고 있네. 죄송합니다. 집사람이 [8년 전인가] 귀신이 차에 올라타있는 걸 처음 봤다나. 그때부터 그런 차만 보면 이렇게 가로막고 그래요.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 가세요."
여자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옆으로 비켜났다. 난 다시 출발을 하면서 룸미러로 그녀를 보는데 들어가면서도 나를 계속 보고 있다.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은데 살짝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도박을 하다가 정신에 이상이 생긴 여자라 여겼다. 모텔 사장의 아내인 것 같았다. 아빠를 찾으러 왔다가 도박에 빠진 딸이 있고, 그 딸 몸을 팔아 돈을 받고 도박을 또 한다는 부녀 이야기. 엄마를 찾으러 왔다가 동반자살한 딸의 이야기 등 상상할 수 없는 소문들을 들은 적 있는데 이 부부도 그런 것인가?
그리고 그녀는 시야에서 멀어지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8년 전인가] 귀신을 처음 본 날 내 앞을 지나쳤던 차 뒤에 올라탄 거랑 똑같이 생겼는데, 귀신을 처음 보게 된 시점이라 분명히 기억나는데.'
"이봐요! 죽기 싫으면 도박 근처에 가지도 말아요!"
난 지나간 차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제 좀 그만해! 들어가자고!"
"여보. 저 차 위에 분명히 뭔가 올라탄 게 보였다니까. 내가 처음 본 귀신이랑 똑같이 생겼어. 확실히 기억한다고"
"그만하라고 좀. 이럴 때마다 지쳐."
"내가 당신 찾으러 와서 눌러앉은 게 올해 몇 년 째지?"
'죽은 것들은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갈 때가 되어서 그런가. 요즈음 들어 전보다 더 자주 보이네. 나야말로 이곳에서 산 송장으로 산 세월이 오래되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