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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결석 게임 2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by 이별난

[비밀의 방]


어느 날 밤


비가 '쏴아아' 내린다.

난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갔다.

백열등 스위치를 '딸깍' 돌렸다.

수명을 다해가는 전구의 흐린 불빛이 '간당간당'하다.


난 바지를 '스르륵' 내리고 쪼그려 앉았다.

난 있는 힘껏 힘을 줬다.

'으으으으으으'


'우르르 쾅' 천둥이 쳤다.

전구도 나처럼 놀랐나 보다. 갑자기 '꺼졌다 켜졌다'

그 리듬에 맞춰 바닥에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 작은 세상이 쉴 새 없이 '깜박깜박'인다


집에 서있는 나의 존재처럼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 같다


심장이 떨린다.

'덜덜덜'

똥도 무서운지, 덜 나오기 시작한다.


그때, 어떤 이야기 하나가


저 깊은 화장실 바닥에서 '부우웅' 떠오르고


이 공간을 공포로 '쓱싹쓱싹' 색칠하며 물들인다.


내 마음 바닥부터 색을 칠하며 떠오르는 이 소리...


[공포 1_귀신]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들을 땐, 하나도 안 무서웠었는데


'우웅~우웅~'


마치 깊은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같다.


'우르르~쾅'


그 순간,

귀신 손이 엉덩이 바로 밑까지

'쑤~욱' 올라온 것 같았다.


진짜 겨우 나오던 똥이었는데

'쏘~옥' 들어갔다.


난 대충 '쓰윽' 닦고, 화장실을 '쾅' 박차고 나왔다.

그대로 집으로 '후다다닥닥' 뛰어갔다.


[비밀 1_나]


그 후로 난 무서워서, 밤에 화장실을 못 간다.


이 마음이 들키면 놀림당할 것만 같다.

행여나 누가 알면 비웃을 것만 같다.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조롱당하기 싫다.


겁쟁이 같은 내 모습을 숨기고 싶다.

이제 고학년인데 아직 어린아이 같아 보이는 게 너무 창피하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은데, 두렵고 무섭다.


[오래된 아이템]


어느 날


배가 아파 잠을 깼다.

오래된 아이템을 꺼냈다.

꽤 오랜만에 사용하게 되었다.


요강에 응가를 했다가 형에게 혼났다.

비밀을 담기에, 요강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미 이 안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


[생각의 문]_반대편


생각의 반대편에 서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집 안에 화장실을 만들자!'


그래, 그러면 밖으로 안 가도 된다.

난 뒤뜰에 있는 연탄광에 몰래 숨었다.

신문지를 깔고 바지를 내렸다.


그러나 이 냄새를 오래 숨길 수는 없었다.

엄마, 형에게 들켰다. 창피했다.


이 일이 더 알려지기 전에,

다른 방법을 생각하다가 귀신을 무찌를 용기를 냈다.


'그래, 당당히 화장실에 가자!'


나 혼자 힘으로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일단 아이템을 제작하기로 했다.


[아이템 제작소_연탄광]


낮에 연탄광에서 똥을 '뿌직'

신문지로 '착착' 접어 쌌다.


'따라라~딴따따'

똥폭탄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사용방법은 이렇습니다.

1. 똥폭탄을 투척하라!
인근 집 지붕에 '슈우웅', 하수구 구멍에 '풍덩'
2. 똥지뢰를 설치하라!
뒤뜰에 묻고, 화장실 계단 옆에 설치

*주의: 이미 도중은 위험단계입니다. 당장 멈춰야 합니다.

난 주의사항을 무시하고, 집 주변에 은밀하게 이 작업을 마쳤다.


서서히, 집 부근에 생화학 무기의 악취가 퍼진다.

짙은 독가스지대를 형성 완료.

'으하하.'

이제 귀신도,

한동안 이 지역엔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난,

오늘 밤에 화장실을 편히 갈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움을 이겨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어떤 아이템에 의지해도 되지 않았다.


[비밀 2_형]


그런데 왜 형은 나를 안 혼냈을까?

요강사건 때와 다르게

연탄광에 대해서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생각 끝에, 짐작하는 답을 구했다.


'아뿔싸!'

내 냄새만이 아니었다.

너무 지독한 냄새가 난 날,

구역질이 나는 날.

내 것이라 하기엔 너무 '우웩'한 날들이었다.


혹시...?

혹시...? 형도...


'크크크.'

그래, 형이 바지를 '수르륵' 내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하하하.'

그래서 안 혼내던 거라고? 천하의 형도 귀신이 무서운 거라고?


[뺏고 싶은 형의 아이템_인간 방패]


그런데 풀리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과연 형이 무서운 게 있을까?


그래, 그럴 리가 없다.

그래, 형은 tv도 발가락에 끼고 '드드득' 돌린다.

그냥 화장실까지 가기가 귀찮은 거다.


그리고 형은 이런 상황에 쓸 강력한 아이템도 있다.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나를 방패로 삼은 거다.

나는 형의 똥냄새도 다 뒤집어쓰고 있었다.

형에게 나는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거니까.

난 인간 방패였던 것이다.


그런 내가 연탄광에서 똥을 계속 싸면,

형은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어 좋은 거였다.


그래서 형은 이 아이템을... 나를... 절대 놓질 않는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비 오는 날마다 형은 무언가 참는 듯한 얼굴 표정이었다.

꼭 그날은 잘 먹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 무언가가 혹시... 똥이었던 걸까?

형도 진짜 나와 같은 비밀을 갖고 있는 것인가?

그도 두려운 게 있었던 걸까?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철커덩'

비밀의 방을 나왔다.


생각을 하는 사이 옆집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고 있다. 조금만 더 버티자. 다들 빨리 이 집에서 나가라.

나도 이 화장실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


그때, 엄마와 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상황이 다급해 보인다.

그때, 누군가 화장실로 뛰어온다.

'후다닥닥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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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나는 달리는 차에서 과거 내가 똥 싸지른 날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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