ゲーム スタート (게임 스타트)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다.
결석을 게임처럼 즐기고 있었구나.
차창에 보이는 풍경들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가고 있다.
내가 방금 본 그 장면을,
지금 뒤차의 사람들이 다가올 미래에 볼 수 있다.
봤다 해도, 내가 본 시선의 각도와 같은 것은 하나 없다.
나 또한, 지금 누군가 먼저 지나쳤던 곳을 지나고 있다.
요즈음 난,
내가 살아오면서 했던 많은 생각들을 지나치고 있다.
그러다 보면,
가끔 엉뚱한 상상들을 많이 하게 되면서,
'띠~잉'
머리가 아플 때가 종종 있다.
많은 선배들이 본 것들에서 배우고 익히며 성장하듯,
어쩌면 나에 대한 실마리는 과거의 나에게 있다.
어쩌면 내가 공부해야 하는 선배는 과거의 나인 건가?
가끔, 어떤 생각이 느닷없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저 그 생각을 만났다고 기뻐한다.
그저 큰 운이 따랐다고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나 힘내라고,
다른 시간대의 누군가가 의식을 연결해 준 건 아닐까?
그게 가까운 미래의 나일수도 있고, 과거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런 기술이 생긴
미래의 지안이일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다면, 내가 줄 수도 있다는 건가?
나도 과거의 도중에게 연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는
나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내본다.
그리고 늘 외롭고, 숨기 바빴던 초등학교 4학년 도중이와
그 결석 게임을 함께 하며 놀아 본다.
게임 설명서
게임 규칙: 다른 시간대에 있는 두 명의 플레이어가 협력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접속 조건: 같은 학년이어야 합니다.
특이 사항:
서로의 의식이 접속될 때, '띠~잉' 소리와 머리에 통증이 약간 있습니다.
그 후로 접속자의 의식이 반영된 문체, 말투,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런 순간들은 밑줄과 네모박스, 그 외 어떤 형태로든 서로에게 표시가 됩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연결이 잘 되었다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안내문을 잘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플레이어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탁탁탁탁'
ID: 2025년 4학년 7반 도중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비밀번호: "열심히 살겠습니다."
'9초 후 게임을 재개합니다.'
9, 8... 7,6... 5,4... 1, 0
아, 머리가 순간 아파서 잠시 멈췄다.
학교에서부터 거짓말이 들키지 않기 위해 너무 긴장했었나 보다.
집에 얼른 가자. 이렇게 길에 가만히 서있는 9초의 시간도 아깝다.
기쁘다. 전과 다르게 많은 것이 게임처럼 느껴진다.
아빠 무시하기, 엄마에게 거짓말하기, 형에게 맷집 키우기 그리고 결석하기.
그중에서 결석이 제일 재미있다.
나는 이것을 결석 게임이라 부른다.
어제 한 게임은 지금까지 중 가장 스릴 있고 재미있었다.
아, 잠을 잘못 잤나.
2025년 현재
이 당시(1988년) 어린 도중에게 접속화면이 있을 리가 없다. 내가 대신 입력해줘야 한다.
'탁탁탁탁'
ID: 1988년 4학년 4반 도중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비밀번호:
이건 네가 말해야 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렇지. 도중, 잘했다.
일본어 투성이었던 그 당시 게임, 이제 헤매지 않아도 돼.
그래도 혹시, 길 잃을지 모르니 내가 지도(map)를 실내화 주머니에 넣어놓을게.
그리고, 이제는 내가 같이 할게.
결석 게임의 대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실내화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인사를 하고 나왔다.
감시자가 있는지 좌우를 살펴본다.
아픈 척 배를 움켜 잡는다.
배가 아펐냐고?
아니. 혹시나 감시자들(동네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그들 눈에 아픈 모습이 보여야 한다.
그래야 나의 꿍꿍이를 숨긴 채, 의심 안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그들 눈에 녹화된 화면으로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다.
대문을 나와 화장실까지의 거리는 정확히 27걸음.
가는 동안 *준비한 아이템을 꺼냈다.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난 배가 아프다. 배가 뒤틀린다. X 마렵다.'
이 짧은 거리에 자연스러운 연기를 가득 깔았다.
세상을 뿌옇게 했으니, 이제 그 속에 숨어들면 된다.
*준비한 아이템: 자연스러운 연기, 꾀병 병사 소환 주문서
*주의할 점: 중간보스 출몰 지역
첫 판부터 너무나 강력한 중간보스가 랜덤으로 나온다.
내가 준비한 하급 아이템에 내성이 있어, 통하지 않는다.
몇 주 전부터, 자훈이가 학교 같이 가자고 오는 경우가 있다.
마주치면 그대로 게임오버 된다.
어느새 그와 함께 학교 교문을 넘고 있는 나를 봐야 한다.
아직 그를 무찌르기에 내 레벨이 낮다.
이번 판을 깨려면 그를 무조건 피해야 하는데,
그건 내 뜻이 아니다.
다만, 성공할 때는 자훈이가 없었던 것이다.
화장실 문 앞에 도착했다.
이제 옆집 사람들만 없으면 된다.
이것도 내 뜻이 아니다.
그들의 장(腸) 운동에 달려있다.
게임은 내 의지와 상관없는 구간들이 존재한다.
스테이지 1은 특히 더하다. 완전 운 게임이다.
어제는 운이 많이 따랐을 뿐이다. 덕분에 손쉽게 클리어했다.
LOADING......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꾀병 병사들을 소환하니,
그대가 가는 길에 진실 따위는 없을지어다...
화장실을 들어갔다.
이제 이 게임의 승패는 앞으로 30분에 달려있다.
언제나 맡아도 적응 안 되는 냄새이다.
그러나 금방 적응하는 후각처럼
이렇게 대기하는 시간도, 어느새 적응이 많이 되었다.
이제 딱히, 할 일이 없다.
다들 집에서 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다음 스테이지에 앞서,
난 그 누구도 못 찾는 내 생각의 문을 열고
비밀의 방에서 대기하면 된다.
'철컥'
문을 열었다.
우리 집과 옆집은 독자적인 'ㅁ' 자 주거공간에 산다.
지붕, 대문을 같이 쓰고 있다.
같이 쓰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하나지만 가는 길은 둘이다.
우리는 대부분 대문을 나가서 가고,
옆집은 자기 부엌 뒷문으로 간다.
화장실은 옆집에 붙어있는 꼴이다.
물론 옆집 이모는
자신의 부엌으로 가는 것을 허락해주고 있다.
그러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옆집이 외출 중이 아닐 것. 낮 시간 동안만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이 하나는 내 얼굴색이다.
예전에 지나갈 때, 옆집 누나한테 너무나도 창피했다.
난 얼굴이 새빨개졌었다. 누나의 웃는 모습까지 보았다.
누가 보면 부엌에서 불난 줄 알았을지 모른다.
내 얼굴이 불타서 갈 수 없는 길이었다.
화장실은 그들의 소유지 같았다.
빌려 쓰는 느낌이다.
예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은 대가족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도 대가족이었으면, 난 지금보다 괜찮았을까?
난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섭고 힘들다.
그래서 생긴 비밀 하나가 있다.
나는 잠시 방 안에서 왜 그랬던 건지, 실내화 가방에 넣어둔 지도를 펼쳐보았다.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았다.
대문--27길--화장실--생각의 문--비밀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