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안 Apr 13. 2024

실명 위기?       

망막박리 그 무서운 단어

  

무지갯빛 파편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찬란한 색의 향연이다.  커튼을 친 듯 한쪽은 까맣고 나머지 반쪽은 색들이 요동친다.

색들은 정확한 모양 없이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날 어지럽힌다.  

마치 어릴 때 만화경을 통해 보던 렌즈 속 세상 같다.       

꿈속인가?   

여긴 어디지?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보자 희미한 윤곽이 눈에 보인다.  

분명히  익숙한 내 방 내 침대 위다.

눈을 뜨면  현실 속 내 공간인데 눈만 감으면 온갖  색들에 둘러싸여  환상적이다 못해 어지럽기까지 하다.


문득 삼일 전에 안과를 방문한 일이 떠올랐다.

운전 중 갑자기 눈에 빗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것 같은  증상이 생겼다.  놀라서 찾아간 안과에서는 출혈이 있어서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별다른 치료법이 없으니 안정을 취하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좋아지긴커녕 지금 이 오색찬란한 향연은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을 의미한다.

오전 근무만 마치고 서둘러 종합병원 안과로 직행했다.   현미경으로 눈을 관찰하던 의사의 대답은 청천벽력이었다.


망막박리입니다. 출혈로 인해 응고된 피딱지가 흘러내리면서  망막이 찢겼네요. 오늘 중으로 급히 수술해야 합니다.    수술 후 이주동안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아, 수술이라니, 이 나이 되도록  수술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데....

  이러다 실명하는 거 아닐까?

  셧터만 내리고 급히 나온 약국은 근무약사도 못 구했는데 어찌하나?

  요새 코로나로 환자가 급등해서 약 주문도 미리미리 해놔야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난 벌써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전신마취를 하려면  검사 때문에 내일로 수술 일정이 미루어져 부분 마취를 하기로 했다.

귀 뒷부분으로 마취주사가 들어갈 때 그 서늘한 느낌이라니....    따가우면서 공포스러운 아픔.

 수술방의 차가운 불빛 아래 눈만 동그랗게 뚫린 수술복을 입고 누워  서너 시간은 족히 되는 무서운 수술이 이어졌다.

수술 도구 움직이는 소리, 실밥 자르는 가위 소리, 의료진들 의 대화, 길고 길기만 한 수술 시간.

망막박리 수술 후엔 백내장이 오므로 백내장 수술도 같이 한다고 했다.

마취가 풀리는 건가?    이름 모를 아픔이 끝없이 이어진다. 마취가 되기는 한 건가?

고문같이 길고 긴 수술이 끝나고 일박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무서운 수술보다 더 끔찍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엎드려 누워서 자야만 하는 밤이 된 것이다.

수술 시 망막을 고정시키기 위해 주입한 가스가 망막을 눌러주어야 하므로 엎드려 자야만  한다고 의사가 신신당부했다.  눈에 주입한 가스는 내 눈에는 커다란 물방울이 굴러 다니는 것처럼 이리저리 모였다 해치기를 반복한다. 어릴 때 수은 온도계를 갖고 놀다 깨지면 굴러다니는 수은 방울처럼 그렇게 물방울은 내 눈에서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아들이 사준 망막박리 베개를 엎드려 베고 누워 있으니 그동안 홀대한 눈에 대해 후회와 미안한  감정이 밀려온다.

손과 발은 편히 놔두면서 눈은 하루종일 일하도록 부려먹었다. 약국에 있는 동안은 처방전을 읽어야 했고

그 외 쉴 때에도 책이며 영화, 폰까지 보느라 눈은 쉬지 못했다.  원래 선천적으로 약해 늘 안경을 써야만 했던 눈을  무자비하게 썼으니 탈이 날만하다. 제일 소중한 것을  학대한 죗값을 톡톡이 받는 듯싶다.


   휴가 외엔 쉬어본 적이 없는 약국 일을  이 주간이나 쉬고 보니 그간 내가 얼마나 고달팠나 생각이 미쳤다.  주중엔 약국 일에 바쁘고 주말엔 아프신 엄마 간병에 교사인 동생과 격주로 돌아가며 간병인 교대를 해주러 친정으로 다녔다.  원래 약한 눈을 혹사시킨 데다 몸까지 힘드니 억지로라도 쉬라고 신이 벌을 주신듯 하다.  

염증회복이 더뎌 회복기간이 남들보다 두 배나 더 걸리며 눈에 보이던 물방울도 점점 작아져 어느덧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 아침에 눈을 뜨면 혹 그때 보이던 무서운 빛들이 다시 찾아오지는 않는지, 모든 사물이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을 하게 된다.  

그리곤 신께 감사한다.  

오늘도 제대로 세상을 보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치료기간 동안 병원에서 집에서 간병하느라 애쓴 OJ  둘째 아들, 사랑한다~

                                    


  망막박리 주증상; 비문증(눈에 날파리가

                              날아다는 증상)

                              광시증(빛이 번쩍번쩍)

                              커튼 친 것 같이 한쪽 시야만

                                어두움

                  



이전 09화 경찰관이 찾아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