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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다잠든 나무 Jun 15. 2024

화 터트리는 방법

분노의 의미

분노는 과거의 삶이 죽었음을 알리는 하나의 폭발물이다. 분노를 묻어두기보다는 잘 이끌어야 한다(123p)

 -by 줄리아 로버츠-


주말은 휴식일인 것이다. 모도 맘도 거리도 모두 직장 및 업무 관련한 일에서 가급적 멀리 떠나고 싶어 진다.  이런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 사람이 주말 한가운데인 오후 2시에 전화를 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거나 매우 급한 일이다. 느긋하게  여유 있는 주말 점심을 마치려 할 즈음 그의 전화벨 소리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반가움도 의례적 임도 아닌 걱정과  놀라움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불길한 예감은 비켜가지 않는 건지.... 이틀 동안 밤을 꼬박 새우며 고민하다가 죽기 직전에 하소연하듯,  숨을 몰아쉬는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아무리 업무 관련 주말 전화는 받지 않는 것이 국룰이라 해도 사람이 먼저다. 하물며 내가 아끼는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그를 그토록 주말임에도 연락하게 한 것은 분노였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괴롭단다. 이 화를 터트려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 하를 내는 것이 옳은지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가 평소에 잘하는 방식인 그저 참자하니 병이 날 것 같아서 괴롭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들이받자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 것 같고 평소 해오던 방식이 아니어서 힘들다 한다. 어찌해 야 할지 이도 저도 모두 결정하기 어렵단다. 생각이 한번 매몰되면 그 깊이를 알 수 없이 빠져들게 되어 헤어 나오기 힘든다 한다.


 그는 솔로몬 같은 기가 막힌 설루션을 기대했거나 정확한 출구를 받아내기 위해서 전화를 한 것이 아님을 안다. 그저 뭉쳐 얹혀 있어 무척 괴로운 이 덩어리를 토해 내고 싶었던 것이다. 밖으로 내 뱉음으로써 마음속을 비워내고 싶을 뿐이라는 걸 누 구보다도 잘 안다. 그리고 그 해법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음도 그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저 들어달라는 것이다.

 

수화기 너머 쏟아내는 속사포를 한참을 들었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함께 분노해 주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분노와 복수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던지기 위해서 벌겋게 달궈진 석탄을 내 손에 고 있는 것과 같다"는 한 문장을 건네주었다.


다음 날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다가왔다. 대뜸 건네는 말은 '멋진 해결사 고마워요'였다. 자신을 더 사랑하기로 했노라고,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고 결정했노라고 했다.

'역시 지혜로운 사람, 잘 되었네'를 조용히 되뇌었다.


분노는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 펼쳐내야 하는 것이라는 줄리아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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