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여름방학은 바쁘다. 대학 4학년의 여름방학은 더욱 바쁘다.
여름방학은 이미 시작 되었다. 이미 몇 주가 지났다. 지금은 장대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다. 아침 9시다. 그런데 여전히 학교 강의실에 앉아 있다. 졸업을 준비해야 한다. 졸업을 제 때 하고 싶어서 이 여름방학이자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 아침 9시에 강의실에 앉아 있다. 복수 전공으로 늘어난 졸업 이수 학점을 여름 계절학기로 채워야 한다.
계절학기를 마치면 이번 여름 방학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수 코스인 실습으로 여름 내내 혹독한 예비 사회인으로 묵여야 한다. 아마도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완전 새로운(?) 여름방학이 될 것이다.
내 대학시절의 여름방학은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단어만 떠올려도 몽글몽글 웃음이 나오고 특별히 계획이 없어도 그저 설레임 그 자체였던 것이 '여름방학'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아름다운 대학생의 여름방학을 두 번이나 '코로나 19'에 바치고 말았다. 나머지 두 번의 여름방학도 그저 그렇다. 그 하나를 지금 이렇게 맞고 있다.
어영부영 어찌어찌하다 보니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여름방학이다. 방학이라는 의미보다 졸업이 더 묵직한 마지막 여름방학이다. 마음이 바쁘다. 할 것들이 많다. 마음도 분주하다. 동기들과 함께 제 때 졸업 하려다 보니 학점도, 자격증 과목 검토도, 이수 과목도... 점검해야 할 게 참 많은 마지막 여름 방학이다.
대학생활의 마지막 4학년 2학기가 남아 있어서 마지막 방학인 4학년 겨울방학이 있긴 하지만 모든 대학 4년의 과정을 마친 후이기에 4학년 2학기 겨울은 '방학이라 쓰고 졸업이라 읽게 되는 방학'일뿐이다. 사회에 나갈 채비를 해야 하는 졸업을 앞둔 것이어서 어쩌면 여름방학보다 더 무겁고 더 추운 방학 아닌 방학 일지도 모른다. 4학년 겨울 방학은 새롭게 취업을 하거나 새로운 진로를 향해 나가는 첫 사회인으로서의 발걸음이기에 방학의 의미는 이미 없다. 그래서 이번 4학년 여름 방학이 대학생으로의 마지막 방학이다. 아니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방학'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인가,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방학을 맞지 못하고 있다. 대학 4학년의 여름방학은 장마철 폭우만큼이나 무겁다. 계절학기 마지막 시험을 보고 있는 지금 이 시험이 끝나면 장마철 보다 더 무거운 여름방학을 현장에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제 나의 대학생으로 방학은 이렇게 마무리되나 보다.
라고 말하는 4학년 학생들의 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대학 4학년 학생들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쓰다-